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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채현 Nov 15. 2023

홍의 소녀

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홍의 소녀 6화

장군의 집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하인은 여전히 말 먹이를 주고, 굴뚝에는 연기가 한가롭게 피어올랐다. 밤이 깊어지자 모든 방에 불이 꺼졌다. 달빛이 비치다가 구름에 가렸다. 검은 옷을 입은 자객이 담을 훌쩍 넘었다. 뒤이어 몇 명이 더 담을 넘었다. 자객들은 뒤꿈치를 들고 마루를 가로질렀다. 장군의 방을 에워싸고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나 장군의 이부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함정이다!”

당황한 자객들은 재빨리 빠져나와 담을 넘었다. 저쪽에서 의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객들은 급한 나머지 나뭇더미 사이에 몸을 숨겼다.

와아! 갑자기 우레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의병들이 나뭇더미를 에워싸고 있었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자객들은 독 안에 든 쥐였다. 불화살이 날아들었다. 옷에 불이 붙은 자객이 몸을 뒤틀며 뛰어나왔다. 자객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같은 시각, 의병의 진지에서도 북소리가 울렸다. 북소리는 남강 둑을 따라 퍼졌다. 파발이 전해준 대로 의병들은 강둑에 허수아비를 세웠다. 북소리에 맞춰 줄을 세게 흔들었다. 허수아비에 매달아둔 방울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의병들은 다섯 갈래로 갈라진 횃불을 들고 행진했다. 횃불이 온 강변을 뒤덮었다. 강 건너에서 때를 노리던 왜군들은 횃불을 보고 혼이 빠졌다.

왜군은 강을 건널 엄두도 내지 못하고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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