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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채현 Nov 15. 2023

홍의 소녀

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홍의 소녀 7화

며칠 뒤, 미순네 아재가 은봉이네 집에 왔다. 

“은봉 어매요, 은봉이가 큰 공을 세웠심더.”

“그기 무신 말씀입니꺼?”

은봉 어미는 영문을 몰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은봉아, 나와 봐라. 미순네 아재가 뭐라 하시노?”

은봉이가 쪽마루에 앉기 무섭게 미순네 아재는 보따리 하나를 은봉이에게 건넸다.

“은봉아, 옜다! 장군께서 상을 내리셨다.”

“예? 장군님께서 상을 내리셨다고예?”

은봉이는 보자기의 매듭을 급히 풀었다.

“옴마야, 이게 무슨 일이고?”

은봉 어미가 화들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은봉이도 놀라서 미순네 아재의 입만 쳐다보았다.

“참모에게만 내리는 옷인데, 은봉이에게 특별히 내렸심더.”

미순네 아재는 커다란 입을 연신 벙긋거렸다.

“은봉아, 이 옷 입고 느티나무 앞으로 나오라신다.”

“지가 장군님하고 가, 같은 옷을 입는다고요?”

은봉이는 볼을 꼬집어보았다. 볼이 얼얼했다. 꿈이 아니다. 생시다. 

 붉은 옷은 은봉이의 몸에 꼭 맞았다. 은봉이는 붉은 옷을 입고 한달음에 느티나무로 달려갔다. 

“은봉아, 전장에 나가야만 의병은 아니다. 누구든, 어디서든, 이 땅과 사람을 지키려는 자, 모두 의병이다. 하여 너는 이미 의병이다.”

“예? 참말입니꺼? 장군님, 참말이지요?”

“느티나무에 묶어둔 북을 네가 치도록 해라. 의로운 북소리는 산과 들을 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법이다.”

장군은 은봉이 손에 새로 만든 북채를 쥐여주었다. 은봉이는 북채를 꼭 쥐고 야미산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아부지! 지 보고 계십니꺼?”     

투웅! 투웅! 투웅!

은봉이는 북채를 휘두르며 외쳤다.

“모이시오! 의로운 자들은 모두 모이시오!”

목소리가 또랑또랑했다. 몸짓이 얼마나 야무진지 절로 눈길이 머물렀다. 

“하이고, 열 아들이 안 부럽다. 덕삼 아재가 딸 하나는 잘 낳으셨다.”

은봉 어미는 코를 훔치며 환하게 웃었다.

 홍의장군이 사람들 앞에 섰다.

“우리가 지키는 한 왜놈들은 남강 건너 한 발도 들이지 못할게요. 함께 갑시다!”

합! 합! 합!

의병들이 창과 깃대를 들어 올리며 기합을 맞추었다.

다시 출전이다. 곽재우 장군이 말고삐를 당기자 백마가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뒤를 따라 의병의 행렬이 이어졌다. 

 은봉이는 온 힘을 다해 북채를 휘둘렀다. 

‘장군님, 힘내이소. 아재들, 건강하게 돌아오이소.’

둥! 둥! 둥!

멀어지는 의병의 등 뒤로 북소리가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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