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선생님, 교장실로 오시래요.”
“얘들아, 손 깨끗이 씻고 물 좀 마시고 있어.”
선생님이 잠시 눈을 끔뻑거리다가 아이를 뒤따라갔다.
“우리 선생님 혼나는 거 아니야?”
“왜, 왜 혼나?”
“에이, 치사해.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 좀 했다고 혼내냐.”
경진이는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가람이 로봇이 내 축구공을 가슴으로 받아서 그런 건 아니겠지?”
찬이는 어쩐지 걱정이 되었다.
“설마. 가람이 로봇은 시험 중이라 좀 다르대.”
경진이는 아까보다 더 심하게 벅벅 긁고 있었다.
아이들은 뿌연 유리창을 바라보았다.
“얘들아, 아까 승부를 못 냈잖아. 교실에서 승부차기, 어떠냐?”
우주가 허리에 손을 얹고는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평소에 개미 소리만 내던 우주가 어떻게 된 거야?’
“좋아. 도전장을 받아 주겠어.”
아이들은 실내화를 벗어 축구공 대신 찼다. 실내화 공이 요리조리 미끄러졌다.
“자, 간다.”
다경이가 미끄러지면서 돌진했다. 책상이 밀려나고 의자가 제멋대로 뒹굴었다.
“한 골도 허락할 수 없다.”
찬이는 온몸을 던져 실내화 공을 막아냈다. 실내화가 날아올랐다. 경진이는 헤딩으로 실내화를 받아내고는 나동그라졌다. 그 바람에 화분이 떨어져 반으로 갈라졌다.
“야, 이 녀석들. 교실에서 얌전히 놀랬더니 지금 뭐 하는 거야?”
언제 왔는지 교장 선생님이 눈썹을 잔뜩 올리고 있었다. 그 옆에 서 있는 담임선생님은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김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선생님 반 아이들이 얼마나 말썽인지.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장에서 놀지 말라고 얼마나 많이 방송했습니까? 그런데 담임교사까지 같이 나가서 운동장을 누비질 않나, 복제 로봇까지 데려가 사고를 내질 않나. 조용히 책이나 읽을 것이지 교실에서 축구를 하다니요.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학부모 민원을 누가 다 책임질 겁니까?”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교장 선생님이 삿대질했다.
“교장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 정리하겠습니다.”
두 손을 모아 쥔 선생님이 거듭 허리를 숙였다. 창밖에서 뿌연 먼지가 놀리듯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