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진이 엄마가 검은 마스크를 끼고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안경진, 너 이럴 거야? 먼지 요일엔 로봇이 없는 아이들이나 학교에 오는 거라고 몇 번 말해.”
경진이는 금세 자라목이 되었다. 그러고는 냉큼 승용차에 올랐다. 오늘따라 경진이의 목덜미가 더 벌겋게 보였다.
하굣길도 한산했다. 학교에 온 아이들도 적은 데다 그중에도 반은 부모님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안내판을 거들떠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차들은 까만 차창을 꼭 닫은 채로 도로에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희끄무레한 먼지를 덮어쓴 나무들이 힘없이 서 있었다. 꼬리를 늘어뜨린 길고양이가 재채기하며 얼굴을 닦아댔다. 길가에 다니는 사람들은 방진 마스크를 꾹 눌러쓰고 바쁘게 지나갔다.
터덜터덜, 찬이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 뒤로 우주, 그 뒤로 다경이가 걸어갔다.
찬이 휴대전화 화면에 경진이 이름이 떴다.
“찬아, 가람이 복제 로봇은 나비 때문에 고장 났대. 가슴에서 나비가 나왔다나 봐. 로봇이 나비를 살리려고 스스로 자기 전원을 다 내렸대. 자기밖에 모르는 가람이랑 완전 딴판이야. 그지?”
“휴, 다행이다. 난 나 때문에 고장 났을까 봐 걱정했는데.”
찬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어쩐지 가람이 복제 로봇하고는 또 놀고 싶어졌다.
저녁이 되어 집에 들어서는 엄마는 어깨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엄마, 좋은 일 있어요?”
“응, 우리 찬이 복제 로봇 드디어 신청했어. 한 달 뒤에 배달 올 거야.”
‘설마 엄마도 종일 집에서 영어 공부만 하라는 건 아니겠지.’
‘내 복제 로봇은 어떤 성격일까. 엄마들은 왜 아이들과 정반대 성격을 가진 복제 로봇을 신청하는 걸까. 다음 먼지 요일엔 우주와 다경이만 학교에 갈까?’
‘이러다 사람들은 집에만 갇혀 살고 거리엔 로봇들만 다니는 건 아닐까?’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먼지가 둥둥 떠다니고 심심한 아이들 얼굴도 둥둥 떠다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