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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서 Feb 27. 2023

아이를 안 낳는 이유

-90년대 생이 있으니 출산율은 걱정하지 말아라-  

기가 막힌 뉴스다. 너무 기가 막혀서 코도 막히고 귀도 막히고 눈도 막힌다. 웃음도 안 나올 지경이다. 저런 말이나 하니까 아이를 안 낳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어떻게 돌 볼 것인지 궁금하다. 뭐 하나 제대로 된 대책이 있을까 싶다. 없으면 또 무방비하게 태어나서 빈곤하게 자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경험이다. 이 글을 읽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욕을 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 또한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에게 묻고 싶다. 아이를 낳아서 행복하냐. 얼마나 행복하냐. 지금 당신이 느끼는 행복만큼 아이도 행복하다는 보장이 있느냐.


만약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하나다.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 살아있는 김에 사는 거고, 죽을 용기가 없어서 지옥 같은 세상에 사는 거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그에 반에 부모님은 행복했다고 한다. 정말 뭐가 행복했을까 궁금하다.


입은 많고 돈은 없었다. 아빠는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뛰어다녔고  엄마도 할 수 있는 걸 다해봤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거기에 할아버지의 폭언이 이어졌다. 듣다 못한 엄마는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고 아빠와 매일 싸웠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하면서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찔러 넣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문을 잠그고 이불 안에 들어갔다. 이대로 하루가 끝나길 바란 동시에 아침해가 뜨는 게 두려웠다. 일부러 길을 빙 돌아가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웠다. 단 하루도 즐거운 적이 없었다.

이때 시험성적이라도 나오면 나는 그날로 끝이다. 훈육이란 이름으로 이어진 욕설과 폭행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아직도 눈만 감으면 그때 맞은 뺨이 아리고, 죽으라며 물건을 집어던진 게 생각난다.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 집안이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때를 물어보면 참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모두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었고, 그때 싸워도 지금은 이렇게 화해하며 잘 살고 있다. 힘들지만 지금은 잘 됐다.-

정말 잔인한 대답이었다. 나는 너무 힘들고 아직도 그때 기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데 잘됬다라니. 난도질된 심장을 내 손으로 꺼내서 길바닥에 처박아버리고 싶었다. 본인들은 힘든 시간을 꿋꿋이 견딘 영광의 상처지만, 나에겐 그저 상처일 뿐이다.


어린 시절에 좋은 기억 따윈 없다. 하나같이 다 엉망진창이라 결혼이라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 결혼은 물론 아이를 낳을 생각 또한 없다. 무엇보다 나도 내 아이에게 똑같은 기억을 물려줄까 무섭고, 나도 부모님처럼 자기만족에 아이를 몰아넣을까 봐 두렵다. 자신이 원했던  성적, 자신이 가고 싶었던 학교, 올라가고 싶었던 지위. 자신이 못 가진 걸 아이라는 분신을 만들어 강요할까 봐 식은땀이 난다. 아직 있지도 않은 아이에게 나의 기억을 심어줄까 걱정된다.


여기까지 읽으면 네가 이상하다. 너희 가정이 그 모양이라고 다른 사람도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근데, 그건 부모 입장이다. 내 아이도 행복할 거라는 확답을 내놓는 것 자체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완벽한 사람이라 주장하는 것이다. 내가 부모로서 행복하다고 아이가 자식으로서 행복할 거란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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