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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서양 음악사

야마사키 게이이치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7월 19일


교양 없었던 34년의 인생을 뒤돌아보며,

지난 교보문고 방문 때 목록에 클래식 음악 관련 책을 골랐다.


사실 들어보면 알 법한 클래식이 많을 텐데,

그게 어떤 시대의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 이게 이 노래였어?”를 연발하며,

이번 리뷰는 그 익숙한 노래마다의 배경과 역사를 정리하고,

해당 음악을 다시 들어보며, 이에 대한 감상평을 함께 작성하고자 한다.




일단 17~18세기 바로크 음악이 등장하면서 음악의 장르가 다양해진다.

여기서부터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형태를 정리하고, 그 개념과 용어를 익숙하게 할 필요가 있다.


1. 연주 형태나 형식으로의 구분

- 오케스트라곡 (=관현악곡) : 현악기와 관악기 그리고 타악기로 편성되는 곡

- 교향곡 : 관현악곡 중 악장이 많고 규모가 큰 곡

- 서곡 : 발레나 오페라의 오프닝 곡

- 전주곡 : 서곡과 비슷하게 극이 시작되기 전이나 어떤 공연에 앞서서 연주되는 곡

- 조곡 : 여러 곡을 하나로 묶어 연주하는 곡

- 협주곡 : 현악기나 관악기, 타악기 등의 독주자가 있고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하는 곡

- 실내악곡 : 소규모 오케스트라나 몇몇의 연주자로 이루어진 곡으로, 대게 25인 미만

- 오라토리오 :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함께 하는 곡이며, 대부분 종교적 색채를 띠고 대규모로 진행


2. 구조로의 구분

- 소나타 : 주로 독주 악기를 위한 곡으로 몇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지는 곡

- 변주곡 : 하나의 주제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연주하는 곡

- 왈츠 : ‘원무곡’이라고도 하는데 대게 ‘쿵-짝-짝’ 하는 3박 리듬의 곡

- 론도 : ‘윤무곡’이라고도 하며 하나의 멜로디 사이에 다른 멜로디가 삽입되며 같은 주제가 여러 번 반복

- 카논 : 돌림노래 형식으로 하나의 선율을 다른 파트가 충실하게 쫓아가는 곡

- 푸가 : 돌림노래 형식으로 주요한 멜로디를 따라 하는 동시에 마치 이에 응답하듯 변화도 일어나는 곡

- 연습곡 : ‘에튀드’라고도 하며 말 그대로 연습을 위한 곡


3. 분위기로의 구분

- 야상곡 : ‘녹턴’이라도 부르며 보통은 밤 분위기를 표현하는 로맨틱한 곡이 많음

- 세레나데 : ‘소야곡’이라고도 부르며 밤 분위기를 표현하거나 연애의 감정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음

- 광시곡 : ‘랩소디’라고도 불리며 자유로운 형식의 곡으로, 민족 음악을 소재로 가져와서 여기에 변화를 주는 방식이 자주 쓰임




자, 그럼 감명 깊었던 혹은 재미있었던 노래들을 들어보며 그 감상평을 기록해 보겠다.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1937

이는 중세 사람들을 소재로 한 곡으로,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담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는 중세에 만들어진 노래라기보다는, ‘카르미나 부라나’라는 중세 사람들을 삶을 기록한 시집을 보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오라토리오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도입부는 전 세계 어느 사람이 들어도 알 수 있을 법한 유명한 대목이다. 첫머리에 나오는 ‘오, 운명의 여신이여’는 이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신의 계시와 인생의 덧없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자신에게 내려진 처절한 운명에 대한 충격과 허무함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 중 서곡, 1829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합스부르크가의 영지였던 스위스는, 합스부르크가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운동을 전개한다. 이 독립운동에서 등장한 전설적인 영웅이 윌리엄 텔이고,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는 이를 오페라 곡 <윌리엄 텔>로 작곡한다.


서곡의 제4부 ‘스위스군의 행진’은 경쾌하면서 박력 있는 듯한 느낌의 선율이다. 관련 영상을 보며 오케스트라 작곡가의 위대함이 피부로 느껴졌다.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와 그 조화로움을 통해 ‘행진’이라는 하나의 행태를 상당히 고급스러우면서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오케스트라를 향해 다시 한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약간 음식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리사는 수많은 재료를 가공하고 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맛을 만든다. 오케스트라 작곡가도 이와 비슷하다. 수많은 악기와 그만의 특색을 가공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를 명확하지만 조화롭게 만들어낸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1725

비발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바이올린의 귀재였다. 당시 17세기 후반 북이탈리에서는 여러 악기 명장들의 일족이 차례차례 바이올린을 제작하며 악기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따라서 사계의 겨울 도입부와 같은 빠른 속도감의 연주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4가지 계절이 갖는 선율과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전부 다르지만, 특히 겨울이 가장 인상 깊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진지한 표정과 격정적으로 떨리는 앞머리는 이 곡의 긴장감을 한층 높여 주기도 한다. 한 가지 악기를 필두로 진행되는 협주곡의 경우, 독주자의 퍼포먼스를 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바흐의 오르간곡 <토카타와 푸가>, 1706경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인물 바흐는, 사실 바로크 음악 말기에 활동하면서 이 시대의 음악을 집대성한 작곡가이다. 특히 오르간곡과 종교 음악에서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당시 독일에서 일어난 30년 전쟁으로 신성 로마 제국의 분열이 있었고, 그 분열된 많은 국가들은 각자의 궁정을 두고 궁정 음악가들을 고용해서 자신들을 위한 음악을 제작하게 했다. 바흐는 이 궁정 음악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띠로리~!’는 수많은 매체에서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 나오는 멜로디이다. 파이프 오르간 소리로 들어보니 뭔가 더 종교적이고 원색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너무 친숙한 선율이다 보니 반갑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바흐의 환경과 생애를 알고 들어보니 유희의 색채는 조금 떨어진 느낌도 있다.


모차라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 1791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한 고전파 음악의 대표주자인 모차르트는, 누구나 아는 신동이다. 그 또한 궁정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이후에는 프리랜서 음악가로도 돈을 번다. 생애 600곡 이상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었으나, 말년에는 빈곤한 삶을 이어가다 미완성곡 ‘레퀴엠’을 끝으로 생을 마감한다.


오페라 마술피리는 중학교 음악 시간에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었다. 그때도 당연히 이 밤의 여왕 대목이 가장 인상 깊었던 걸로 기억한다. 분노와 화를 표출하는 내용에 비해 그 멜로디나 선율이 상당히 경쾌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기교’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운명>, 1806~1808

베토벤은 18세기말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시절의 작곡가이다. 베토벤이 다른 음악가와 다른 점은, 그는 궁정에 소속되어 작곡하는 궁정 음악가가 아닌, 귀족과 시민들의 인기에 힘입어 활동하는 최초의 직업예술가였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곡은 비교적 짧은 ‘주제 선율’을 변형하거나 전조 시키면서 엮은 다음 이를 장대하고 감동적인 음악으로 재탄생시키는 뛰어난 구상력이 특징이다.


‘딴다다단’ 또한 이전 바흐의 ‘띠로리’와 같이 매우 익숙한 멜로디이다. 그러나 이 짧은 주제 선율 이후에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의 전개와 확장은 첫 선율을 구체화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하다.


‘딴다다단’이라는 주제 선율이 여러 국면을 거치면서 어두웠다가 밝았다가를 반복하는 변주곡적 구성도 너무 재미있고, 지루함 없이 진행되는 전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더 음악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오케스트라 인원들의 마치 군무 같은 일치된 움직임 또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생상스의 대표곡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1886

생상스는 ‘프랑스의 모차르트’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프랑스의 천재 작곡가로 유명하다. 특히 피아노와 오르간에 소질이 있었으며, 생애 다양한 교향곡을 작곡했다.


첼로 독주가 상당히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고급스럽고 단아한 백조가 미동 하나 없는 호수에 떠있는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선율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 책을 보며 들으면 좋을 것 같은 그런 곡이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1873~1874

비제 또한 프랑스의 작곡가로 나름의 유명한 곡들을 많이 남겼다. 가장 유명한 곡이 바로 이 오페라 <카르멘>의 곡들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본 플라멩코 공연이 생각나는 곡이다. 빨간색과 검은색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나온 남녀의 무용수들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동작을 하며 카르멘의 곡들에 맞춰 탭댄스를 췄었다. 상당히 명랑하며 정열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이어지는 유산균 광고에 나오는 선율 또한 지루함을 잊게 만드는 대목이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 1875~1876

유럽 음악 역사의 중심에서 동떨어져 있던 러시아에서는 18세기경까지 황제로부터 초대받은 이탈리아나 독일 음악가들이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러시아 음악가의 등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19세기가 되어야 어느 정도 알 만한 작곡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차이콥스키도 이 시대에 태어나 음악을 시작한다.


누구나 아는 그 노래, 바로 백조의 호수이다. 무용수들의 하얀 발레복은 직관적으로 백조를 떠올리게 하고, 그 위에 덮이는 이 선율은 무대를 하나의 호수로 둔갑시킨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선사하는 광경과 음악이다.




예술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속한 환경과 시대적 배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에 맞게 작품을 만들어 세상에 표출하게 된다.


각 음악가들이 살았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게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어 이러한 작품들이 탄생했는지 알 수 있어,

상당히 재미있고도 입체적인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느낀 클래식 음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자극적인 맛이 지루해질 즈음

심심하지만 또 생각날 만한 그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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