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만약에 우리

가장 서툴렀지만 가장 행복했던 그 시절의 우리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1월 19일


구교환이 이렇게도 잘생긴 배우였나…

눈빛이 이렇게나 깊었었나...

특유의 얇은 보이스가 이토록 매력적이었나...




누구든 한 번쯤을 경험했을 법한,

그 어떤 시절보다 뜨거웠지만 서툴렀던,

그렇기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그런 순수했던 연애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어린 은호의 서툴지만 열정 가득한 말과 행동들은,

내 흑백 속의 이야기들에 다시 한번 그 본연의 색을 입혀주었고,

드문드문 떠오르는 예전의 기억들을 기꺼이 맞이했다.




줄거리는 다소 평범하다.


고속버스에서 처음 만난 은호와 정원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가난하고 부족하지만 서로가 그리고 서로만이 그 부족함을 채워주며 말이다.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며 그리고 서로의 성공을 나의 성공보다 더 바라며,

이들은 점점 어른이 되어 간다.


그러나 서울에서 살아가기란, 아니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게임 개발자가 꿈인 은호와 건축가가 되고픈 정원은,

각자의 꿈을 조금씩 양보해 가며 차가운 현실에 점점 지쳐간다.


참 슬프게도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이유는,

내가 상대방에게 짐이 될까 혹은 나 때문에 네가 꿈을 포기하진 않을까 이다.


결국 둘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며 이별에 다다른다.

고시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햇빛에 실망한 정원에게,

커튼을 활짝 친 화사한 빛을 선물해 줬던 은호는,

이젠 그녀가 보는 앞에서 커튼을 쳐 그녀의 세상을 암흑으로 만들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떠나려는 정원을 보는 은호의 눈빛.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을 기회가 있지만 본능적으로 물러서는 은호의 발걸음.

지금 그녀를 잡아도 결국 이 관계가 끝날 수밖에 없음 직감한 은호의 모습은,

알록달록 빛나던 그들의 첫사랑이 곧 흑백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건축학개론>보다 더 몰입하고 이입해서 감상했던 영화였다.

현실적인 스토리라인과 이를 극대화하는 몇몇 장치들도 이에 한몫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OST가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진다.

그중 하나인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 플레이리스트에서 시작할 때면,

은호와 정원이 처음 만났던 고속버스터미널로 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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