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허삼관매혈기

위화

by 김민규

*작성일 : 2025년 1월 19일


원작의 중국 소설을 읽은 후,

하정우 감독 및 주연인 영화 ‘허삼관’을 감상했다.


독서할 때 떠올렸던 이미지들을 그려가며 영화를 보면,

생각했던 것과 같거나 다를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는 것 같다.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매우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던 허 씨 가족의 휴머니즘을 다룬 이 이야기를,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며 다시 한번 감상하고자 한다.




시대상


일단 원작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중국의 농촌마을이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이 발생한 시기로 일명 ‘홍위병’들이 중국의 전통문화와 지식인들을 파괴하고 훼손했다. 훗날 역사는 이를 개인의 권력 회복과 정치적 목적에 기인한 비극적 사건으로 기록한다. 작가는 이토록 어렵고 또 가난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허삼관’이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다.


한편 영화의 배경은 6.25 전쟁 이후의 대한민국 충청남도 공주이다. 찢어지게 가난하여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 미군의 보급품과 외산 물자들이 명품 이상의 값어치를 하던 시기이다. 여기서의 허삼관은 그 지역 노동자 중 한 명이었으며, 마을의 최고 인기녀인 허옥란과 결혼하여 자신의 가정을 꾸리게 된다. 이러한 전후 시절은 한국 사람들이 더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배경으로, 원작의 주제인 가족애와 휴머니즘을 잘 부각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인물


소설 속 허삼관은 꼬장꼬장하고 고집이 강한 인물이다. 물론 앞에서는 밉게 말하고 행동해도, 결국 뒤에서는 잘 챙겨주는 전형적인 츤데레 스타일이긴 하다. 따라서 영화 속 배우는 조금 얄밉게 혹은 신경질 적인 표정의 인물을 기대했다. 무겁고 선한 인상의 인물보다는 가볍고 쌀쌀맞은 그런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하정우 본인이 허삼관이었다. 이전에 봤던 영화가 ‘위층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일단 코믹한 뉘앙스가 강하게 풍겼고, 결국 해피한 마무리가 될 것 같다는 기대를 주었다. 배우 특유의 목소리 톤과 무게감 그리고 항상 숨기고 있지만 곧 드러날 것만 같은 유머러스가 보이기도 했다.


허옥란도 마찬가지다.


사실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허옥란은 조금 더 수더분하고 토속적인 느낌이 강했다. 어느 정도 살집도 있고 얼굴형도 더 둥근 그런 스타일로 말이다.


그에 비해 하지원의 얼굴을 너무나도 고급스럽고 아름다웠다. 강냉이를 파는 하지원의 첫 등장과 이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모습이 슬로우로 묘사되었는데, 이는 내가 기대했던 이미지와 달라 사뭇 이질감이 느껴졌다. 주요 인물 부분에 있어서는 기대했던 바가 완전히 빗나가 버린 상태로 영화가 시작되었지만, 이 인물들이 원작 속 수많은 위기와 고난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해졌고, 이로 인해 오히려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락이와 매혈 과정


영화라는 매체는 결국 시간의 제약이 있다 보니 더 콤팩트하게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게 가장 잘 드러난 에피소드가 일락이 사건과 허삼관의 매혈 과정이다.


일단 일락이가 남의 집 자식이라는 것을 안 허삼관의 편애와 차별의 행동들이 영화 속에서는 조금 덜 묘사된 것 같아 아쉬웠다. 이 과정이 더 비참하고 처절해야, 이후 허삼관이 일락이를 진정한 아들로 인정할 때의 감동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일락이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하소용을 살리기 위해 굿을 하는 정면도 원작의 지붕에서 소리치는 내용에 비해 사뭇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허삼관의 매혈 과정 또한 그렇다. 원작에서는 일락이의 병으로 인하여 허삼관의 본격적인 상하이로의 매혈 기행이 시작된다. 중간에 래희와 래순을 만나 재매혈을 하기도 하고, 한 노인을 만나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따뜻한 여관방에서 심신을 다지기도 한다. 각박하고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아직 따뜻한 인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장면들이다.


이에 비해 영화 허삼관에서의 매혈 과정은 물론 상당히 처절했지만 그 안의 휴머니즘이 덜한 느낌이었다. 영화의 극 후반부이기 때문에 고단함과 힘겨움 정도를 극대화하여 보여주었지만, 그 과정 속의 따뜻함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원작을 알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작년 3월 방영한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는 당시 대한민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세 세대를 걸쳐 일어나는 우리네 가족사의 희로애락을 잘 그려내,

보는 모든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넀다는 평을 받았다.


자신의 피까지 팔아가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 허삼관의 모습을 그려낸 허삼관매혈기도,

시대를 관통하여 읽는 이들 모두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작품이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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