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성찰

by sej
알 수 없는 여정에 화가 난 나에게, ‘인간이 삶에 대해 어디까지 논할 수 있는가 ‘ 를 물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예견하며, 어떠한 단서를 쥐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삶에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 인간은 목적을 둘 수 있는 존재인가? 삶이라는 지극히 수동적인 여정에 목적을 둘 수는 있는가? 목적을 가진 활기찬 자도 누군가의 결정에 유서도 남기지 못한 채 삶을 마친다. 우리의 탄생처럼 말이다. 인생을 앞둔 다짐의 시간 없이,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이 태어나버렸다. 목적을 가지려는 마음과 고민. 그게 과연 쓸모 있는 일인가?



흑백영화 속 색을 가진 자가 있다.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항상 동일하지 않은 차림을 하고, 이상한 결정을 하며, 아무도 모르게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진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푹 눌러쓴 모자와 마치 ‘나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듯한 얼굴. 모두가 조용할 땐 입을 열고, 분주할 땐 입을 다문다.

항상 뭔가를 기다리는 듯 바삐 움직이는 사람. 뒤를 쫓는 것이 있나 싶지만 그녀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가?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숨을 헐떡이며 이야기해도 아무도 듣지 못한다. 항상 자신의 말을 뱉고 곱씹으며 곰곰 다시 자리를 떠난다. 마치 대답할 자는 따로 있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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