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놓아주는 연습이었다 2편

by 심연화

강우야,
엄마가 허락해 주는 대신
약속 하나만 하자

"경주 가면
두 시간에 한 번은 꼭 카톡이나 전화해.
그래야 엄마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강우는
마치 큰 임무라도 맡은 사람처럼
고개를 단단히 끄덕였다.
“알겠어.”

그 짧은 한마디가
왜 그렇게 든든하면서도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던지.


그렇게
나는 아이의 손을 놓았다.

아니, 정확히는
놓는 연습을 처음 시작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엄마, 이제 경주 도착했어.”
“서준이랑 스테이크 집 들어왔어.”
“어떤 할머니가 진짜 너희 둘이서

왔냐고 물어봤어.”


초등학생 둘이
스테이크라니~!


파스타 하나, 스테이크 하나 시켜서
나눠 먹었다며
어설픈 각도의 사진까지 보내왔다.


그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나는 결국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삼켰다.


저 작은 손으로
칼을 잡고
고기를 썰고
계산을 하고
길을 찾고
누군가의 시선을 견디고 있었겠지.


언제 이렇게 컸을까.

딱 한 번, 전화가 왔다.

“엄마… 사람들이 우릴

계속 쳐다보고 웃어.”


그 말속에는
괜히 씩씩한 척하는
아직은 어린 마음이 묻어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건 멋있어서 그래.
엄마 없이도 잘 해내니까.”



전화를 끊고 나서야
비로소 손이 떨렸다.


불국사 앞,
첨성대 앞,
해 질 녘 붉은 하늘 아래 찍은 사진들.



그 아이가 세상을 향해
한 발씩 내딛고 있다는 증거들이
카톡 알림처럼
툭, 툭, 도착했다.


밤 9시.
현관문이 열리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아이가 들어섰다.


그날 나는
처음 보는 얼굴의 강우를 마주했다.


조금 더 단단해진 눈빛,
조금 더 넓어진 어깨.



“엄마…
생각했던 것보다
진짜 너무 재미있었어.
믿고 보내줘서 고마워.”


그 말 한마디에
나는 하루 종일 참았던 숨을
그제야 내쉬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근데 서준이가 다리 아프다고 해서
내가 끌고 다녔어.
오늘 한 2만 보는 걸은 것 같아.
진짜 힘들었어.”


그 말속에는
투정이 아니라
작은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그날 강우는
씻자마자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


아직은
엄마 품이 편한 아이


하지만
엄마 없이도
세상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아이


그 여행 이후
강우는 달라졌다.


대중교통을 타는 일도,
낯선 길을 걷는 일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아이를 품에 안고 키우지만
결국은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
사랑을 쌓아 올리는 사람들이라는 걸.

아이가 큰 게 아니라

오히려
엄마가 조금 성장한 날이었다.


손을 놓는 법을
처음으로 배운 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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