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놓아주는 연습이었다

by 심연화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엄마, 나 이번 주 일요일에
서준이랑 경주 여행 좀 다녀올게.”
그건 상의가 아니었다.
허락을 구하는 말도 아니었다.
그냥… 통보였다.


“강우야, 경주까지 가려면 버스나

기차를 타야 하잖아.
거기 길도 잘 모르는데 갑자기

무슨 경주 여행이야?
초등학생이 가기엔 너무 위험해.
엄마 너무 걱정돼서 그건 안 될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강우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마치 미리 준비해 둔 대본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엄마, 나 경주 여행 가려고

정말 많이 준비했어.
네이버 지도도 다 보고, 길도 다 외웠고,
버스 노선도 다 찾아봤어.
나 너무 가고 싶어.
꼭 보내줘.”

그 말은
부탁이라기보다
각오에 가까웠다.
며칠 동안
강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같이 간다는 서준이 엄마와 통화를 했더니
그 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준이 아빠는
“너무 걱정되니까 아이들 몰래

미행하자”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친구랑 단둘이 시외버스를 타고

경주 여행이라니.

겁이 없는 건 알았지만
이건… 내 상상 밖의 일이었다.

강우가 잠깐 밖에 나간 사이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미 준비되어 있는 가방을 보게 됐다.

경주 여행을 위한 가방이었다.

가방을 열어보고
나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섰다.

땀 흘릴 때를 대비한 티셔츠 두 장,
반바지 두 개,
생수 두 병.
그리고
손으로 직접 적어 내려간
경주 여행 일정표

점심과 저녁을 먹을 식당 이름,
버스 노선,
이동 동선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나중에 물었다.
“강우야, 왜 다 두 개씩 챙겼어?”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서준이가 빈손으로 그냥 올 것 같아서.
서준이 거까지 챙긴 거야.”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이 아이 나름의
첫 번째 독립이라는 걸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엄마가 못 가게 한다면
이 아이 마음이
얼마나 크게 꺾일까.

길을 헤매더라도
힘들어서 빨리 집에 오고 싶어 지더라도
그건
해봐야 아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날 아침 7시.
“엄마, 잘 갔다 올게.”
그 말을 남기고
아들은 인생 첫
친구와의 여행을 떠났다.

현관문이 닫힌 뒤에도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기특함과
불안함과
조금의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마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런 마음일 것이다.

아이의 등을 밀어주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끝까지 붙잡고 싶은 마음

이 아이는 조금씩
엄마 손을 놓고
자기 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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