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을 키우면서
엄마가 가장 작아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을
거절당하는 순간이다.
오늘은 모임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한참을 서성였다.
저녁 반찬은 뭘로 할까.
고민 끝에 불고기를 골랐다.
강우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도 끓여야지 싶어
애호박이랑 두부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부랴부랴 집에 도착해
앞치마를 매고 음악을 틀었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
보글보글 찌개가 끓는 냄새.
괜히 마음이 들떠서
혼자 미소가 났다.
‘강우, 학원 다녀오면 배고플 텐데…
오늘은 진짜 잘 먹겠다.’
그렇게
먹음직스러운 저녁상이 차려졌다.
아들을 기다리는 시간은
늘 짧으면서도 길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
그런데,
아들의 표정이 낯설다.
싸늘한 공기를 끌고 들어오는 아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모른 척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더 밝게 말했다.
“강우야, 배고프지?
엄마가 불고기 했어. 얼른 밥 먹자.”
대답이 없다.
잠깐의 침묵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
5분쯤 흘렀을까.
다시 한번 말을 건넨다.
“강우야, 된장찌개 다 식겠다.
얼른 먹어.”
그때 돌아온 한마디.
“나 밥 안 먹어.”
그 한 문장이
부엌 안의 온기를 한순간에 식혀버린다.
주인 없는 밥상은
그대로 식어가고,
내 마음도
함께 차갑게 식어버린 것 같다.
사춘기에 들어선 이후,
강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밥을 먹지 않는 것이었다.
그 단순한 행동 하나에
엄마의 하루가 무너진다.
한창 클 나이,
한창 많이 먹어야 할 시기인데
밥을 거부한다는 건
그저 한 끼를 거르는 일이 아니라
엄마 마음을 통째로 거절당하는 느낌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맛있게 먹을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하게 요리했는데
순식간에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속에서는 말들이 끓어오른다.
‘야, 이놈아…
도대체 누굴 닮아 그렇게
니 맘대로에 고집 불통인 거야?
밥 안 먹는다고 세상이 니 맘대로 될 것 같아?
상 차려 놓은 사람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한 숟가락 떠야 되는 거 아니야?
누굴 닮아서 저렇게 싸가지가 없는 거야'
혼자서 속으로 욕을 해댄다.
하지만
그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그저 속에서만 맴돈다.
화가 나다가,
서운해졌다가,
이내
가슴이 저릿해진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분명 배가 고플 텐데도
끝까지 버티는 아이를 보며
나는 결국
부엌 한편에 서서
조용히 눈물을 닦는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이렇게
사랑을 차려놓고도
거절당하는 순간들을
수없이 견디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몰래
마음을 다치고 돌아서는 밤이
이렇게 쌓여가는 거겠지.
그래도
내일이 되면 나는 또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강우가 좋아하는 반찬을 떠올리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밥을 짓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오늘은
그 아이가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맛있게 먹어줄까하는
그 작은 기대 하나로...
혹시…
저처럼
“밥 안 먹어” 그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져 본 적 있으신가요?
사춘기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다들 한 번쯤은 겪는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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