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그때 아들의 관심은 온통
컴퓨터에 쏠려 있었다.
누가 버려놓은 컴퓨터가 있으면
그걸 주워 와서
하나하나 분리하고,
다시 조립하고,
또다시 뜯고.
막히면 유튜브를 보고,
이해가 안 되면 또 보고,
그렇게 혼자서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한 군데 꽂히면
몇 시간이고 거기에만 몰입하는 면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조립이 아니라
“수리”를 배우고 싶어 했다.
더 깊이 알고 싶어 했고,
더 잘하고 싶어 했다.
혼자 끙끙 앓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보여서
나는 고민 끝에
강우의 첫 컴퓨터를 샀던 가게로 갔다.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렸다.
“아이에게
조립이나 수리 기술을
조금만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당연히 사례는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사장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그날 강우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4시간 넘게
컴퓨터 조립과 수리를 배우고 돌아왔다.
얼굴은 상기돼 있었고,
눈빛은 반짝였다.
그리고 몇 달 뒤,
강우가 말했다.
“엄마,
나 스마트 스토어 해보고 싶어.
온라인으로
컴퓨터 부품 팔아보고 싶어.”
“엄마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 좀 해주면 안 돼?”
너무 황당한 부탁이었다.
초등학생 입에서
‘스마트스토어’와 ‘사업자 등록’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강우의
끈질긴 설득 끝에
나는 결국 사업자 등록을 해줬고,
강우는 그날로
스마트 스토어를 열었다.
컴퓨터 부품을 하나하나 사진 찍고,
설명을 적고,
정성스럽게 만든 스토어를 보는데
생각보다 너무 그럴듯했다.
설마 팔리겠어? 싶었는데,
놀랍게도 다음날부터 주문이 들어왔다.
하나, 둘
그리고 강우가 학교에 가고 나면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컴퓨터 부품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배송은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
"호환 문의 드리려고 하는데요"
나는 너무 당황해서
“사장님이 지금 출장 중이셔서
저녁에 다시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문제는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우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거의 매일
문의 전화가 왔다.
나는 컴퓨터를 전혀 몰랐고,
답변해 줄 수도 없었고,
그 전화벨 소리는
점점 나에게 공포가 되어갔다.
주문이 늘어날수록,
문의가 많아질수록
내 불안은 더 커졌다.
결국 나는 고민 끝에 말했다.
“강우야,
이건 지금 네가 하기엔 너무 부담이야.
학교 다니면서 병행하는 것도 힘들고,
엄마도 감당이 안 돼.
조금 더 크면 다시 해보자.
지금은 접는 게 맞는 것 같아.”
차마
“사장님이 초등학생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나는 매번 핑계를 만들어야 했고,
그게 심적으로 스트레스고
너무 버거웠다.
그래서 얼마간의 씨름 끝에 결국,
그 스마트스토어는
결국 중도 포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실패가 아니었다는 걸.
아이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를 내놓아본 경험’이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었다는 걸.
아마 강우는 기억을 못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그날의 얼굴,
주문이 들어왔다며 소리치며
흥분해서 뛰어오던 모습,
그리고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던
그 반짝이던 눈빛을...
아이의 인생에는
성공보다 먼저
‘해봤다’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언젠가 다시
강우가 또 다른 꿈을 꺼내 들겠지.
그때 나는
막아서는 엄마가 아니라
조용히 등을 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의 손을 떠나
사회라는 더 큰 무대에 서게 될 때—
그 아이를 맞이하는 건
더 이상 엄마가 아니라
세상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