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거북이 사줘~! 하던 아이가 지금은 사춘기입니다

by 심연화

요즘 집 안 공기가 무겁다.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짧고,
방문은 늘 닫혀 있다.


웃음소리는 가끔 들리지만
그건
친구들과 통화할 때뿐이다.


아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나는 괜스레 핸드폰 사진첩을

자주 열어보게 된다.


누가 그랬다.
부모는 아이의 어린 시절 애교를 추억 삼아
그 힘든 사춘기를 버틴다고.

그 말이
요즘 들어 자꾸 떠오른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넘기다가
한 장의 사진에서 손이 멈췄다.
작은 손으로 무언가를 꼭 쥐고 있는
여섯 살 강우.


그날의 공기와 온도가
갑자기 기억 속에 되살아났다.


6살 생일을 앞둔 강우에게 물었다..
“우리 강우, 생일선물 뭐 받고 싶어?”


장난감 자동차나 로봇을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잠시 고민하던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나 갖고 싶은 거 있는데.
금 거북이 사줘.”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금? 진짜 금 말하는 거야?”


레고도 아니고, 게임기도 아니고,
금이라니.

“금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
웃으며 물었더니
강우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비싸면…
아주 작은 거라도 괜찮아.”


다음날 나는 아이 손을 잡고
처음으로 금은방에 들어갔다.


유리 진열장 안에는
골드바, 반지, 금돼지, 금목걸이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는데,
강우의 시선은
오직 하나에 멈췄다.


작은 금 거북이

“엄마, 이거.
이게 좋아.”


금 한 돈 가격이 25만 원 하던 시절
손톱만 한 거북이 하나를 사고 나오는데
강우가 두 손으로 꼭 쥐고 말했다.


“엄마.
나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
이게 제일 좋아.”
그리고는 덧붙였다.

“이건 내 보물 1호야.”


그때의 강우에게
세상은 아직 작았고,
그 중심에는 늘 엄마가 있었다.


길을 걸을 때면 내 손을 꼭 잡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제일 먼저 달려왔고,
잠들기 전에는
엄마 옆자리를 확인해야 안심하던 아이.


사진 속 강우는
세상 걱정 하나 없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지금 방문을 닫고 있는 저 아이가
정말 같은 아이가 맞을까 하고...


요즘의 강우는
엄마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고,
대답 대신 한숨이 먼저 나오고,
사소한 말에도 쉽게 부딪힌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서운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도 많다.


내가 뭘 놓친 건 아닐까,
언제 이렇게 멀어졌을까
혼자 묻게 되는 날도 있다.


그런데 사진 속
금 거북이를 꼭 쥔 여섯 살 아이를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엄마 품 안에서 세상을 배우던

시간이 끝나고
이제는
자기만의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중이라는 걸.


며칠 전 뉴스에서
금 한 돈 가격이 100만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강우야…
그때 조금 더 큰 거 사줄걸.”


하지만 그 거북이가 귀한 이유는
금이라서가 아니라,
엄마 손을 꼭 잡고 걷던
그 시절의 강우가
그 안에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방문을 닫고 있어도
언젠가는 다시
이 시간을 지나
웃으며 돌아와 줄 거라고 믿는다.


오늘은 괜히
아무 말 없이
과일을 깎아
아들 방문 앞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문이 바로 열리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다시
여섯 살 때처럼
“엄마~!
하고 불러줄 날이
분명 올 거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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