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첫 시험, 끝내 엄마가 들어가지 못한 방

by 심연화


중학교 첫 시험을 앞두고

어떤 집에서는

엄마가 기출문제를 뽑아주고

학원에서는 ‘내신 대비반’이라는 이름의

긴장된 교실이 만들어진다.


누군가는 이미

중학교 첫 시험을

전쟁처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우의 첫 중간고사는

강우에게도,

엄마인 나에게도

너무 힘든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시험을 2주쯤 앞두고 있었을까.

강우가 여행에서 사 온 초콜릿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하나 꺼내 먹었다.

냉장고에 있던,

그저 가족이 함께 먹는 간식인 줄 알았다.

그게

친구들에게 나눠줄 선물이었다는 걸

나는 정말 몰랐다.


포장을 뜯은 초콜릿을 본 순간

강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불같이 화를 냈다.

“왜 남의 걸 마음대로 먹어!”


순간 나는 당황했고,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강우는 밥을 먹지 않았다.

내가 차려둔 식탁에는

수저만 그대로 남았다.

나에게 말도 하지 않았다.


같은 집에 있으면서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느낌이었다.


나는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그 초콜릿 살 돈도 결국 내가 준 건데…’

‘이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서운함과 억울함이

마음 한쪽에서 계속 고개를 들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처음 맞이하는 중학교 시험,

낯선 경쟁,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압박감 속에서

터져 나온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강우는

시험 2주 전부터

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나와 단 한마디도 섞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컨디션을 챙겨줄 수도,

“긴장되지?” 하고

가볍게 말을 건넬 수도 없었다.


엄마인데도

아이의 시험 기간에

나는 완전히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중간고사를 치르는

3일 동안,

잘 다녀오라는 말에도 대답은 없었고

시험 어땠냐는 질문도 삼켰다.

따뜻한 국을 끓여놓고도

먹지 않을 걸 알기에

다시 냄비 뚜껑을 덮었다.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무력한 일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날.

방 안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고 있던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소리였다.


종이를 구기는 소리,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울음.

나는 방문 앞까지 갔다가

끝내 노크하지 못했다.


시험을 망쳤다는 걸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강우야,

시험 기간동안 긴장 많이 했겠다

첫 시험은

좀 서툴러도 괜찮아.

넘어져 봐야

다음 걸음을 단단히 내딛는 거니까.


강우 중학생 되고 처음 치르는 시험인데..

엄마가 따뜻한 밥도 해주고,

시험 준비 하는 동안 옆에 앉아서

힘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엄마는

그 중요한 시간에

네 곁에 있어 주지 못했네.


중학교 첫 성적표의 숫자는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겠지만,
나와 말 한마디 안 하고

내가 차려준 밥을 한 끼도 먹지 않은

그 2주간의 시간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서툰 엄마인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날,
한 번만 용기 내어 아들의
방문을 두드렸다면 어땠을까...


“강우야, 괜찮아.
첫 시험은 다 그런 거야.
속상하지?
그래도 엄마가 여기 있잖아"


이렇게
한마디라도 건네줬더라면...

그 울음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았을까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했던 행동을 후회하며
뒤늦게 마음이 따라가는 날이 더 많다.


그래서 엄마는
이미 지나가 버린 어느 날 밤을
가끔 다시 떠올리며 산다.

아들의 첫 중학교 시험


언젠가 강우는
그 시험 점수도,
그날의 속상함도
모두 잊어버리겠지만,
엄마인 나는
아마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방 안에서 울고 있던 아이와
그 곁에 있어 주지 못했던
그날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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