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의 준비되지 않은 첫사랑 3편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by 심연화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집처럼 지냈다.

평소처럼 밥을 차리고,

평소처럼 말을 걸고,

평소처럼 웃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단 하루도 잔잔한 날이 없었다.


시린 이별을 처음 겪고 있는 저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결국 알게 된 건 하나였다.


엄마는

모든 슬픔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모르는 척해야 했다.

알면서도 묻지 않아야 했다.

그게

그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유일한 방법 같았다.


고민 끝에

나는 엄마라서 가능한

작은 꼼수를 쓰기로 했다.

“강우야, 너 혁준이 형 알지?

여자친구랑 6개월 사귀다가 헤어졌대.

요즘 며칠째 울고불고 난리라더라.”


가만히 듣고 있던 강우가

툭 내뱉었다.

“그 못생긴 형이 무슨 여자친구야.”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강우야…

여자들은 말이야,

자기한테 계속 매달리는 사람한테는

오히려 마음이 더 멀어질 때도 있대.”


괜히 밥반찬을 정리하는 척하며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 마음의 촛불이 꺼졌는데

거기다 대고 아무리 울어도

불이 다시 켜지긴 쉽지 않거든.”


강우는 내 말을 들으며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그날 이후

아이가 조금이라도 평온해 보이는 날이면

나는 아무 일 없는 척

이야기를 흘려보냈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더라도,

아무리 좋아해도

네 마음을 전부 다 내어주지는 마라.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드는 짐이지

한 사람이 전부 짊어지는 게 아니니까.


죽을 것 같던 이별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이상하게

인생에서 가장 깊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러니까 사랑할 땐

도망치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해라.

그래야 언젠가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때,

정말 사랑했었다”라고.


그리고 꼭 기억해라.

누군가가 너를 떠난다고 해서

네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때로 이유 없이 변하고,

그건 실패가 아니라

그저 관계의 끝일뿐이다.


혹시라도 강우가 눈치챌까 봐

나는 일부러

쓸데없는 학교 이야기와

웃긴 친구 이야기들을 섞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정말 티 나지 않게,

강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끝내하지 못한 말을

일기장에 적었다.


강우야~~ 많이 아팠지...

많이 힘들었지...

네가 아무 말 없이

방 안에서 울던 밤마다

엄마는 방문 밖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어

혹시라도

네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까 봐.

“죽고 싶다”는 말을 작게 꺼내던 그날,

엄마의 세상은 잠시 멈춰 있었어..


너는 몰랐겠지만

그 밤마다 엄마는

너 대신 울고,

너 대신 버티고,

대신 기도했어.


네 첫사랑은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아프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거야

하지만 엄마에게는

그 시간이 네가 처음으로

세상의 슬픔을 배운 날로

남아 있을 거야


사랑은

사람을 어른으로 만들고,

이별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

지금의 너는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자라고 있는 중인 거야


강우야

엄마는

완벽한 엄마는 아닐지 몰라도

언제나 편이야

세상이 등을 돌려도

엄마만은

끝까지 네 뒤에 서 있을게


사랑한다. 정말 많이

오늘도, 내일도,

네가 어른이 된 뒤에도...



작가의 말

아이의 첫사랑은

아이만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아이를 처음 세상에 내보낸

엄마의 마음에도

작은 흉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아들에게 차마 말로 건네지 못했던 위로를

조용히

글로 대신 남깁니다

이 순간 사춘기 자녀 때문에

맘고생하고 있을 모든 부모님들

우린 혼자가 아니에요

서로 소통하며 위로하고 힘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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