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평소처럼 밥을 차리고,
평소처럼 말을 걸고,
평소처럼 웃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단 하루도 잔잔한 날이 없었다.
시린 이별을 처음 겪고 있는 저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결국 알게 된 건 하나였다.
엄마는
모든 슬픔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모르는 척해야 했다.
알면서도 묻지 않아야 했다.
그게
그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유일한 방법 같았다.
고민 끝에
나는 엄마라서 가능한
작은 꼼수를 쓰기로 했다.
“강우야, 너 혁준이 형 알지?
여자친구랑 6개월 사귀다가 헤어졌대.
요즘 며칠째 울고불고 난리라더라.”
가만히 듣고 있던 강우가
툭 내뱉었다.
“그 못생긴 형이 무슨 여자친구야.”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강우야…
여자들은 말이야,
자기한테 계속 매달리는 사람한테는
오히려 마음이 더 멀어질 때도 있대.”
괜히 밥반찬을 정리하는 척하며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 마음의 촛불이 꺼졌는데
거기다 대고 아무리 울어도
불이 다시 켜지긴 쉽지 않거든.”
강우는 내 말을 들으며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그날 이후
아이가 조금이라도 평온해 보이는 날이면
나는 아무 일 없는 척
이야기를 흘려보냈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더라도,
아무리 좋아해도
네 마음을 전부 다 내어주지는 마라.
사랑은
두 사람이 함께 드는 짐이지
한 사람이 전부 짊어지는 게 아니니까.
죽을 것 같던 이별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이상하게
인생에서 가장 깊은 기억으로 남는다.
그러니까 사랑할 땐
도망치지 말고,
계산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해라.
그래야 언젠가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때,
정말 사랑했었다”라고.
그리고 꼭 기억해라.
누군가가 너를 떠난다고 해서
네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때로 이유 없이 변하고,
그건 실패가 아니라
그저 관계의 끝일뿐이다.
혹시라도 강우가 눈치챌까 봐
나는 일부러
쓸데없는 학교 이야기와
웃긴 친구 이야기들을 섞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정말 티 나지 않게,
강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끝내하지 못한 말을
일기장에 적었다.
강우야~~ 많이 아팠지...
많이 힘들었지...
네가 아무 말 없이
방 안에서 울던 밤마다
엄마는 방문 밖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어
혹시라도
네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까 봐.
“죽고 싶다”는 말을 작게 꺼내던 그날,
엄마의 세상은 잠시 멈춰 있었어..
너는 몰랐겠지만
그 밤마다 엄마는
너 대신 울고,
너 대신 버티고,
너 대신 기도했어.
네 첫사랑은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아프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거야
하지만 엄마에게는
그 시간이 네가 처음으로
세상의 슬픔을 배운 날로
남아 있을 거야
사랑은
사람을 어른으로 만들고,
이별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
지금의 너는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자라고 있는 중인 거야
강우야
엄마는
완벽한 엄마는 아닐지 몰라도
언제나 네 편이야
세상이 등을 돌려도
엄마만은
끝까지 네 뒤에 서 있을게
사랑한다. 정말 많이
오늘도, 내일도,
네가 어른이 된 뒤에도...
아이의 첫사랑은
아이만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아이를 처음 세상에 내보낸
엄마의 마음에도
작은 흉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아들에게 차마 말로 건네지 못했던 위로를
조용히
글로 대신 남깁니다
이 순간 사춘기 자녀 때문에
맘고생하고 있을 모든 부모님들
우린 혼자가 아니에요
서로 소통하며 위로하고 힘이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