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의 준비되지 않은 첫사랑 2편

몰래 들여다본 아들의 세계

by 심연화


“강우야, 나한테 자기라고 불러봐.”
“자기야~”
“잘하네. 지금부터는 나를 ‘자기’라고 불러. 알았지?

근데 우리 자기는 나 얼마만큼 사랑해?”
“엉? …많이...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나도 우리 강우가 너무 좋아, 자기야~!
내일부터 아침에 학교 후문에서 만나서 손잡고 같이 가자.”
“알았어, 자기야. 너 올 수 있는 시간에 내가 맞출게.
몇 시에 만날까?”

같은 반 여자아이와의 대화였다.

그 아이의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몇 번인가 강우의 입에서
스쳐 지나간 이름이었다.

대화의 흐름은 늘
여자아이 쪽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아들은 질문하고,
확인하고,
기다리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문장 사이사이에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아이가
얼마나 깊이 빠져 있었는지를.


스크롤을 더 내렸을 때,
최근에 나눈 대화가
나를 그 자리에 멈춰 세웠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여기까지가 끝인 것 같아.”

그 아래,
아들의 말이 이어져 있었다.

"뭐 때문인지 이유라도 말해주면 안될까?.”
“내가 잘못한 거 많은 거 알아.”
“부족했던거 말해주면 그거 전부 다 고칠게.”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다시 생각해줘 내가 이렇게 부탁할께 나는 너랑 못 헤어져ㅠ”


그 문장들을 읽는 동안
나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감정 앞에 섰다.
배신감,
속상함,
슬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분노.

엄마 앞에서는 늘
큰소리치고,
당당하던 아이가
누군가 앞에서는
이렇게 작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낯설고,
너무 아팠다.


나는
내가 모르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날도,
그 다음 날도
나는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 여자아이는
강우에게 이별을 말한 뒤
곧바로
강우의 친구와 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사랑의 달콤함을 알았던 아이에게,
그 이별은
얼마나 차갑고,
얼마나 잔인했을까.

자존심이 유난히 센 아들이기에
나는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서도
아무 일 없는 척했다.

모르는 척이
그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우의 울음은
이유 없는 떼도 아니었고,
단순한 사춘기의 신호도 아니었다.


그건 너무 이르게 찾아온
아들의 첫 이별이었고,

준비되지 않은 사랑이 남긴
아직 감당할 수 없는 상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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