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1
"벌써 갔을까?"
오늘도... 안 보이는 것 같다.
사실 다시 보면 기억이 날까 싶을 만큼 흔해서
이제는 못 알아보는 것일 수도 있다.
자전거 타는 긴 생머리 여학생이었다.
안경도 꼈었나..
특별할 거 하나 없다.
그래서 눈에 띄었다.
평범해서.
그 아이도 등굣길이니까 비슷한 시간에 나오겠지.
그러니 한 번은 더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애는 어떤 성격일까
어떤 목소리일까
공부는 잘하나
친구는 많을까
졸업하면 뭘 하고 싶어 할까
이런 생각까지 했던 것은 아마
그만큼 평범한 여고생은 나도 해봤으니까
지나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였을 것이다.
다음 정거장이면 내린다.
항상 그전에 신호등이 걸린다.
초시계를 켠다.
언제 신호가 바뀔지 맞춰본다.
대략.. 1분 30초.
나름의 소소한 재미다.
매일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시간에 환승해서 출근한다.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료하디 무료한 일상이라
풍경이라도 바뀐 게 있나 찾아본다.
조금이라도 더 특별한 거랄까.
그리고 눈에 그 여학생이 들어온 게 그날의 특별함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며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여학생에 대해서는 또 완전히 잊어버릴 것이다.
내일 이 시간 이 버스를 타서 신호등 앞에 멈추면 다시 생각나겠지.
지금까지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