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
"눈부셔"
눈이 찌푸려진다.
손바닥으로 햇빛을 애써 가려본다.
아침부터 덥다 못해 뜨겁다.
그래도 오늘은 비가 안 와서 다행이다.
비가 오려면 집에서 나올 때부터 오는 게 차라리 낫다.
안 올 것처럼 하다가 가는 길에 오기라도 하면 낭패니까.
신호등 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조금 더 일찍 나올걸 그랬다.
쟤는 모르겠지만
모른 척 지나가는 게 나는 어색하다.
동공을 굴린다.
이쯤이면 30초 뒤에 초록불로 바뀔 거다.
인기척이 안 느껴지게 천천히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티 안 나게 보니,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다.
자전거를 끌고서 쟤보다 빨리 걸으면 이상하게 보일 거다.
적당한 속도로 좀 떨어져서 걷는다.
이제는 익숙한 교실이지만 자리가 새롭다.
새로 바뀐 자리가 마음에 든다.
앞에서 세 번째. 창가 자리.
요즘은 좀 덥다는 것만 뺀다면 칠판도 잘 보이고 창문으로 바깥도 볼 수 있다.
"야 너 여기 아니잖아."
"아, 자리 바꿨지?
저쪽에서 가방 챙기는 소리가 들린다.
가방 키링 소리가 가까이 온다.
"하이"
무덤덤하게 인사한다.
"안녕."
이제 들은 척 인사했다.
개구리 인형 옆에 방울이 붙어있다.
아. 저기서 소리가 나는구나.
요새 많이 보이던 거다.
유행인가.
도대체 유행은 어떻게 알고 하는 거지.
봤지만 안 본 척 창문을 본다.
다행히 짝꿍도 별 신경 안 쓰는 애다.
시끄럽지만 않으면 좋겠다.
교복을 입은 많은 아이들이 골목을 지나는 게 보인다.
시계를 본다. 이제 애들이 많이 들어올 거다.
그 사이에 교복이 아닌 옷을 입은 사람이 눈에 띈다.
뭐지.
잘 안 보인다.
휴대폰을 많이 봐서 그런가 시력이 안 좋아졌나.
대충 어두운 색의 옷이다.
아니지. 위에 입은 재킷은.. 조금 밝은가? 갈색인 것 같다.
위아래 옷을 맞춘 것 같다.
세트로 파는 정장인가?
예쁘다.
교복이 편하긴 한데 몇 년이 지나면 사복 입는 어른이 된다.
몇 년 뒤면 나도 저런 느낌이 날까?
나도 저렇게 입은 어른이 될까?
하나도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설렌다.
지금보다 재밌지 않을까.
내 모습도 멋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