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세 모녀의 가을여행

소도시의 음식 그리고 낭만

by 오후의콘파냐
Hilton York


계란코너에서 넉넉한 인상의 아주머니께서 손맛 좋게 큼직한 오믈렛을 해주시고 주먹만한 양송이 버섯이 인심좋게 쌓여있다. 요크성 뷰맛집 조식당에서 햇살받으며 여유있게 먹는 조식이란! 보리차처럼 벌컥벌컥 들이키던 커피주전자도, 손맛 담긴 오믈렛도 요크의 진한 기억으로 오래 남을 듯하다.


Shambles


해리포터 1편 지팡이 팔던 가게 분위기가 여전히 물씬 풍기는 아기자기한 골목 곳곳에 상점들을 하나씩 구경하다 보면 달콤한 캐러멜과 초콜릿 향에 이끌려 가게를 들어가게 되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케이크와 쿠키의 비주얼에 몇 번이나 드르렁하다가 정신줄을 단단히 잡아야 계속 걸음을 이어갈 수 있다.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파는 시장을 지나면 관람차와 놀이기구가 있는 광장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젤리가 쌓여있고 그 앞에선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묘기를 관람 중이다. 내 옆에서 한 발짝 앞에 서서 진지하게 바라보던 남학생이 당근 던지는 역할로 당첨되어 칼쇼를 위해 중앙으로 이동했고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군인 출신이라는 한 건장한 남성과 불이 붙은 막대를 주고받는 불쇼가 이어졌다. 야외 푸드코트에서는 트럭에서 아주 통통한 핫도그 소시지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었고 정체모를 뜨끈한 스프 느낌의 디저트가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더이상의 단맛 릴레이는 무리라 아쉽게도 도전을 포기했다.



Afternoon Tea

영국여행 일주일 만에 드디어 만난 하이티세트!!! 건물이 좁고 높아서 직원들이 3층 테이블까지 무거운 주전자와 접시를 쟁반에 담아 가파른 계단으로 오르내리는데 주문받을 때도 숨이 차서 거칠게 호흡을 하는 것을 보면서 참 힘들겠다... 싶었다. York Tea 두 잔에 건포도 스콘과 초코 스콘 그리고 페퍼민트 티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구경을 나섰다.

Parlormade Scone House

호텔로 돌아와서 맡겨둔 짐을 찾아서 다음 숙소로 이동을 했다. 역시나 걸어서. 다음날 아침 기차라 역 앞 숙소인데 오후 3시에 도착했는데도 아직 룸이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로비에서 잠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여행 첫날 묵었던 Hampton 체인이라 역시 시설도 직원도 분위기도 젊다.


객실에 올라가서 짐을 풀고 있는데 창밖을 보던 둘째가,


"언니, 저 성벽 우리가 호텔올 때 지나왔던 곳이 자나. 우리 나중에 저기 가볼까?"

하더니 둘이서 산책을 나갔다.

얼마쯤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엄마 창밖 봐바요. 우리 보여요?"


"안 보이는데?"


"언니~ 핸드폰 불 켜보자."


작은 불빛을 줌을 당겨보니 두 딸이 보인다.

한참 신나게 흔들던 불빛이 서서히 커다란 하트로 바뀐다.


순간 왈칵 감동과 눈물이 밀려온다.

세상 그 어떤 불꽃놀이보다 감동적인!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 더 진하게 밀려오는 듯


마지막 밤이 흘러가는게 아쉬워서,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나서,

셋이서 밤산책을 나가서 가게를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펍을 발견했다.

피시 앤 칩스에 카레&난을 주문하고 로컬 생맥주!

역시 술에 진심인 집은 음식도 맛있다.

주문도 직접, 소스도 알아서 가져다주는 딸들, 유일하게 맥주만 내가 주문

펍에서 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컸음이 실감이 된다. 생각보다 상당히 맛있었던 음식들, 그래서 밀맥주 한잔 더^^

늦은 시간, 낯선 동네 펍이지만 그녀들과 함께라 든든했고 혼술 하는 엄마를 지켜주는 느낌이란!

그렇게 큰 딸과의 마지막 밤이 담담한 듯 조용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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