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회사나 학교 면접에 합격하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합격자는 합격의 팁을 공유한다. 물론 실력이 있었겠지만, 합격은 실력 외에 지원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다른 잠재력이나 장점, 혹은 현재 조직이 필요로 하는 퍼즐 조각과 맞춰졌을 수도 있다. 심지어 면접관의 주관, 외모, 말솜씨, 혹은 면접관과 내가 같은 학교 출신이거나 아는 사람이라는 학연・지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인연의 관념에서 보면, 내가 합격해서 만날 사람들은 이미 나와 깊은 인연을 가진 존재들일 것이다. 그래서 그 회사의 구성원들과의 인연 때문에, 내 능력과는 별개로 그들을 만난다. 이 경우는 학교 입학과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만날 인연은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하게 되는 듯하다. 마치 운명이 사귀자고 손을 내밀듯, 예상치 못한 순간과 방식으로 서로를 만나게 된다.
따라서 합격은 나의 전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금 이 시점에서 그들이 원하는 모습과 맞았거나 인연이 있었다는 뜻이다. 본인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자부심을 갖겠지만, 사실 회사는 아직 일을 맡겨 실적을 보지 못했다. 면접관은 내가 ‘일을 잘할 것 같다’라는 잠재적 가능성에 투자했을 뿐, 실질적인 능력을 본 것은 아니다.
이처럼 합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누구나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언제든 퇴사할 수 있는 조건부 출발일 뿐이다. 회사는 내가 쌓았던 공부 머리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발휘할 일머리를 보며, 열심히 살아온 과거보다 현재의 자세를 통해 미래의 가치를 예측한다. 합격은 잠시 주어진 기회일 뿐이며, 그 기회를 유지하느냐 잃느냐는 앞으로의 태도와 성과에 달려있다. 설령 인연에 따라 만났다고 하더라도 잠시 나에게 기회를 줄 뿐이다. 그 어떤 노력이 없다면 인간관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이제 나는 과거의 스펙이나 면접에서의 매력이 아니라, 입사 후 조직에 창출할 실질적인 가치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과거의 노력은 겸손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적응을 넘어 성장 동력이 되어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끊임없는 배움과 혁신으로 어제의 나를 능가해야 한다. 진정한 책임감과 인정은 합격 통보가 아니라,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냈을 때 주어지는 성과와 신뢰 속에서 완성된다. 나는 그렇게 성장하여 누군가를 합격시켜야 하는 자리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들며 그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