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비례의 법칙

by 인연의 단맛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는다. 만남의 숫자는 사람마다 달라서 직업에 따라 그 공간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여행가는 전 세계를 누비며 인연을 쌓고, 은둔자는 집 안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누구를 만나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만나는 비율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는 점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면 좋은 사람만큼이나 나쁜 사람도 많이 겪게 된다. 반대로 만남의 폭이 좁더라도 그 안에서 경험하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비율, 그리고 그들로부터 느끼는 기쁨과 감동, 슬픔과 실망의 정도도 비슷하다. 즉, 인연의 ‘기본 설정값’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다.


이러한 인간 성향의 보편성은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BC 460?~370)는 인간의 체액을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네 가지로 분류했다. 이 체액설은 훗날 영국 르네상스 시대에 벤 존슨(1572~1637)의 《Every Man in His Humour》와 같은 ‘기질희극’의 토대가 되었다. 인간의 기질을 다혈질, 점액질, 담즙질, 우울질로 나누는 이 방식은 현대의 혈액형이나 MBTI 분류법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인간이 평등한 이유는 초기 설정값이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질 4가지, 혈액형 8가지, MBTI 16가지의 범위 안에서 인간의 성격을 확인한다. 그 분류가 정확한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은 자신을 그 범주에 맞추려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의 수와 관계없이, 그 분류에 따라 비슷한 비율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인과의 법칙도 아니며 운명의 장난도 아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만남의 표준값’일 뿐이다.


그래서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 상처받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설령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 당신에게 상처를 줄 사람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인연에는 비례의 공식이 있다. 나의 노력에 따라 좋은 인연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좋은 인연이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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