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음엔 눈 큰 남자랑 결혼하세요!

by 링링

초등학생이 된 딸이 한참 동안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을 보면서 이런, 저런 표정을 지어보다가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엄마, 나는 왜 눈이 작아요? 친구 oo 이는 눈이 큰데..."


딸의 친구 중에 눈이 커다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큰 눈이 부러웠나 보다. 나는 투정 부리는 듯한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00 이는 아빠랑 엄마랑 눈이 둘 다 크잖아. 엄마랑 아빠 둘 다 눈이 커야 눈이 크게 태어나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딸은 다시 거울로 다가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진지한 눈빛을 보내며 "엄마! 다음엔 눈 큰 남자랑 결혼하세요!"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딸의 말은 내게 유명한 개그맨의 멘트를 능가하는 강력한 웃음 한방이었다. 너무 웃겨서 소리 내서 크게 웃었다. 진지한 눈빛을 하던 딸은 '뭐가 웃겨요?'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다음에 눈 큰 남자랑 결혼하라니.....' 이 생각 자체가 너무 순수했다. 나의 장난스러운 말을 듣고 눈이 작은 아빠의 때문에 눈이 작다라고 생각하고, 눈 큰 아빠가 있다면 자신의 눈이 커질 것이라는 이 생각과 말이 너무 귀여웠다.


이 일이 너무 웃겨서 말해주려고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남편이 오자마자 그 얘기를 들려주었다. 남편의 반응은 어땠을까? 나는 남편이 이 말을 재미있게 유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급하게 딸 이름을 부른다. 딸이 앞에 서자, 엄마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면 아빠는 어떻게 하냐고 따지듯 묻는 것이었다. 딸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딸이나 아빠나 똑같은 것 같다. 정신 나이!


나는 이 얘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몇몇 사람들에게 웃자고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이 얘기가 너무 재미있어 박장대소하며 웃는 사람도 있었고, 이 얘기가 뭐가 재밌냐고 이해 못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 애기가 재밌기는커녕 속상한 사람도 있었다.


이 얘기가 뭐가 재밌냐고 이해 못 하는 사람은 나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거나 웃음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아주 어린 사람이었고 이 얘기를 속상해했던 사람들은 남편과 시댁식구들이었다. 시댁식구들은 약간 농담 섞인 말로 아이에게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셨다. 나는 웃자고 말했는데 분위기가 좀 진지해졌다. 남편한테 말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와 관계된 사람들은 아이가 너무 귀엽다면서 나처럼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같은 이야기이지만 상황에 따라, 관계에 따라,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소화되는 것이다. 이야기를 읽거나 들었을 때 받아들이는 감정이 이렇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의외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으나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을 때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으니까, 나처럼 살아오지 않았으니까, 내 입장이 아니니까. 그냥 그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나의 같은 생각 구조를 가지지 않았음을 받아들이면 된다.


의도를 가지지 않고 이야기했으나 예상 못한 반응이 나와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은 나랑 다르게 살아왔으니까, 나랑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그냥 그가 나랑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면 된다. 아무렇지 않게 다름을 받아들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