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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 Aug 08. 2022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하여_part 2

모든 것은 결국 정치인가?

최근의 논문 조작의 보고는 그동안 보고된 논문 조작의 내용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완벽하게 일치하는 내 연구분야이기도 해서 그랬겠지만, 최근 활성화된 소셜미디어들도 한 마디씩 의견을 냄으로써 그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관련 뉴스 몇 개를 초반에 접했을 때는, 해외 뉴스에서 본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기사글에 놀라기도 했고, 이렇게 보도하면 난리 나겠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심각성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사는 더 큰일이 난 듯 보도되었고, 영향력이 있는 유투버들의 영상들은 비전공자들이 흥분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극적이었으며, 심지어 그 내용은 일부만 맞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유투버들이 초반에 보고된 기사들을 짜깁기한 후, 본인의 전공을 살려 그럴듯하게 재탄생시킨 느낌이었다.

보자 보자 하니까 독자를 보자기로 아는가...

물론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꽤나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 기사들도 더러 있다(관련링크). 그러나 이런 기사들은 상대적으로 대중에게는 덜 드러나고, 자극적인 글들은 더욱 두드러져가는 듯하다.

말도 안 되는 글이나 유튜브 등을 보면서 댓글을 좀 써볼까 하다가, 아무리 내 연구분야라 하더라도 나도 모르는 부분이 분명 있고, 섣불리 글을 썼다가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움에 시도하지 않았었는데, 최근 메인 채널의 보고를 비롯, 지인들의 궁금증과 걱정 어린 위로들에 답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이 일을 아주 쉽고 간단하게 정리해 보는 일이리라.

심각하게 말고 내 생각을 말하는 정도의 내용으로 다뤄보고 싶다.




조작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알츠하이머병의 연구에서 그동안 주목받고 있었던 아밀로이드가 무엇이며, 아밀로이드 가설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 보겠다.


<대략적 배경 지식>

*아밀로이드 베타(=베타 아밀로이드, amyloid-β, Aβ, 에이베타)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 Aβ)는 세포막에 있는 amyloid precursor protein (APP)라는 커다란 단백질이 잘리면서 만들어지는 작은 사이즈의 단백질이다. 길이가 아주 짧은 이런 단백질들은 보통은 펩타이드(peptide)라고 부른다. APP를 자르는데 관여하는 효소가 APP의 어느 위치를 자르느냐에 따라 Aβ 길이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그중 40개와 42개의 아미노산의 개수를 가지고 있는 길이로 주로 만들어지며, 각각 Aβ40과 Aβ42라고 부른다.

아미노산이 40개 정도이면, 단백질의 사이즈가 약 4 kDa (4 킬로 달톤) 조금 넘으며, 좀 더 정확하게는 Aβ42 하나는 4.514 kDa이다.


*단백질의 크기

단백질은 대략 20여 개의 종류의 아미노산들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어 만들어진 물질로서, Da 혹은 kDa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다 다르긴 하지만, 아미노산 한 개가 약 100 Da으로 (100 달톤 혹은 0.1 킬로 달톤) 생각하면 대충 계산하기 편리하다. 사람 몸에서 알려진 가장 큰 단백질은 약 3,000 kDa 이 넘는 단백질이라고 하고, 사람 몸이 가지고 있는 단백질의 평균 사이즈는 약 38 kDa 정도 된다고 하니, 4 kDa 정도의 사이즈는 매우 작은 단백질이다.


*아밀로이드 가설

이 짧은 펩타이드들은 혼자 돌아다닐 때는 별 문제가 없으나, 서로 뭉쳐지게 되면(aggregation 혹은 accumulation이라 한다) 세포독성을 내게 되며, 이 과정 중 뇌세포를 손상시켜 인지능력, 학습 및 기억 능력을 잃게 만드는 알츠하이머병이 된다는 게 '아밀로이드 가설'이다.

물론 아밀로이드 가설은 이 보다는 더 깊이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생략하고자 한다.

이 아미로이드 가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가설이다. 얘네들이 어떤 이유로 뭉쳐지게 되는지에 대한 원인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여 한 두 가지로 정확하게 규정짓기는 어렵지만, Aβ가 모이면서 독성을 내고, 그 과정에서 신경세포가 손상된다는 내용은 오래전에 밝혀진 내용이다.


1906년, 처음 알츠하이머병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을 때, 환자의 뇌 조직 부검에서 이상 단백질 뭉치의 관찰이 같이 발표되었었다. 약 80년 후인 1984년, Aβ가 그 단백질 뭉치의 주요 구성물질임을 알아내었고, 1990년대에는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Aβ 관련 단백질의 유전자에 이상이 있음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 많은 학자들이 Aβ가 생성되고 뭉쳐지는 일을 막는다면 치매 증상의 원인이 되는, 즉 신경세포 손상에 따른 기능장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그러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30년도 훌쩍 넘은 예전부터 연구되고 있던 가설이었다.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 치료법들이 모두 실패하여 아밀로이드 가설이 회의적으로 돌아서는 분위기가 만연해질 즈음에 이 문제의 논문이 나오면서 아밀로이드 가설이 다시 되살아 났다는 보도 내용은 내가 확인할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닐것 같다.


어쨌든, 최근의 기사들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베타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다'라는 내용이 2006년 문제의 그 논문을 통하여 새롭게 밝혀진 것은 아니고,

그래서 그 논문의 조작된 데이터 따위가 아밀로이드 가설을 뒤집을 사건은 아니다.



*알츠하이머 약물

현재까지 승인된 알츠하이머용 약물은 6개이다.

1993년 Tacrine(품명: 코그넥스), 1996년 Donepezil(품명: 아리셉트), 2000년 Rivstigmine(품명: 엑셀론), 2001년 Galatamine(품명: 라자딘), 2004년 Memantine(품명: 나멘다), 2021년 Aducanumab(품명: 아두헬름).

이 중 아밀로이드 타깃 약물은 가장 최근에 조건부 승인을 받은 아두헬름 뿐이다(뇌 안의 베타 아밀로이드 뭉치를 없애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항체 약물이며, 2030년까지 대규모, 그리고 긴 기간의 임상시험을 통하여 그 효과와 이익을 입증하는 과정 중에 있다.).

나머지 5개는 모두 치매 증상을 늦춰주는 혹은 잠시만 호전시켜줄 수 있는 symptomatic drug이다.

약 100년 전부터 연구 개발하여 왔는데, 개발된 약이 10개도 채 되지 않는다는 건 솔직히 충격적인 사실이긴 하다. 우주로 로켓도 보내고, 여행도 하는 시대인데...

기사에 보도된 내용처럼,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연구하고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마치 모래 위에 성을 지은  혹은 공갈빵 위에 뭐를 어쨌다 , 그동안의 업적과 연구자들을 한순간에 멍청이로 만드는 발언들을 많이 보았는데, 그런 폭망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아밀로이드를 포함, 다양한 기작으로 약물의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태까지 성공한 것이 없었고, 최근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약물이 아주 오랜만에 승인을 받아 아밀로이드 쪽이 주목을 는 분위기였다.




*논문의 핵심 내용

일단 조작이라고 알려진 논문을 들여다보자.

2006년 nature에 발표된 Lesne 제1저자의 논문인데, 제목은 "A specific amyloid-β protein assembly in the brain impairs memory"이다. 논문 링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specific amyloid-β이다. 그냥 amyloid-β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specific Aβ는 Aβ가 뭉쳐서 만들어지는 oligomer (올리고머) 들 중 하나이다. 하나의 Aβ가 있을 때는 monomer, 두 개가 붙게 되면 dimer, 세 개는 trimer...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데, 2개 이상이 되는 것부터 어느 정도 크기까지를 oligomer라고 부른다. 그 크기는 딱 정해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일반적으로 Aβ가 뭉치다 보면, fibirl(피브릴) 상태를 거쳐 plaque(플라크)라는 덩어리가 되는데, 그 직전까지를 올리고머라고 부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Aβ가 서로 만나 덩어리로 뭉쳐지는 aggregation 과정 중, 약간 덜 뭉쳐진 상태 정도로 보면 된다.

지질학자가 보았을 때 이 예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흙, 땅, 바위로 비유해보면,

 알갱이 하나를 Aβ, 이들이 모여 올리고머()된다. 땅을 이루는 흙들은 모래밭, , 혹은 갯벌처럼 어디는  단단하고, 어디는 무른, 환경에 따라 다른 형태와 특징을 가지게  것이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어디는 녹아서 흙탕물이 되기도 하고, 어디는 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게 유지된 상태도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시간 축적되어 바위(fibrils 혹은 plaques)  것들도 있을 것이다.


Aβ는 이런 집적 과정 중에 세포 독성이 생성되게 되고,  독성은 올리고머 형태일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알갱이나 바위쯤 되면 독성이 없거나  하다는 뜻이다. 아래 그림에서 오렌지색 막대모양이 Aβ이고, oligomers, protofibrils, fibrils, plaques 등의 여러 형태 , 올리고머가 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에는 표현이 안되어 있지만, 올리고머, 프로토피브릴, 피브릴, 플라크 모두 다양한 크기로 존재한다.


아밀로이드 타깃 항체약물후보. Could drugs prevent Alzheimer's? These trials aim to find out, Nature(2022)


이렇게 독성이 나오는 것이 땅이라고 한다면, 땅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면 된다.

그러므로, 아밀로이드 가설을 바탕으로 한 연구는 'Aβ 흙먼지'가 'Aβ 바위'가 되는 전 과정을 타깃으로 한다.

흙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막는 연구(Aβ 생성 억제, Aβ production inhibition),

흙들이 뭉쳐져 땅이나 바위가 되는 과정을 막는 연구(Aβ 집적 억제, Aβ aggregation inhibition),

이미 만들어진 흙, 땅, 바위를 없애는 연구(Aβ 제거 혹은 Aβ 집적물 제거, Aβ clearance or Aβ aggregates clearance) 등이 그 대표 연구들이다.

크게 이렇게 나눌 수 있지만, 과정 과정마다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그 연구과정은 글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2006년 네이처 논문의 주 내용은, 이런 다양한 크기의 Aβ 올리고머들 중에 그 사이즈가 56 KDa (dodecamer, 도데카머, Aβ 12개가 모인 것)이 된 것으로 실험을 해 보니, 설치류에서 독성이 유발되더라는 내용이다. 이 올리고머는 Aβ*56 이라고도 부른다.

조금 더 설명을 해보면,

 안에 Aβ 많이 생성되고 뭉치도록 유전자를 조작하여 알츠하이머병이 걸리도록 만들어진 형질변환 생쥐(mouse) 모델여러 가지가 다. 그중  가지 모델을 선정하고, young(어린), middle-aged(성체), 그리고 old(고령),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하여보니, 성체 생쥐부터 기억능력이상나타났다. 모든 그룹의 뇌를 열어서 분석하여 보니, 다양한 사이즈의 Aβ 집적체들이 관찰되었고, 그중 어린 생쥐모델에서는 보이지 않는 56 kDa 사이즈의 Aβ 올리고머가(Aβ*56) 성체 생쥐에서 발견되었다. 연구팀은 이것이 아마 알츠하이머병 관련 이상행동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라는 가설을 세우고, 성체 생쥐 모델의 뇌에서 Aβ*56 분리하여 유전자 조작이 없는 일반 정상 쥐에게(rat) 투여하였더니  정상 쥐에서 인지  기억력 감퇴 증상이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그 논문의 내용 중, 특정 단백질을 항체를 이용하여 보여주는 데이터인 'western blot(웨스턴 블랏)' 이미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후속 연구의 논문들에서도 다수의 조작된 이미지가 발견되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듯하다.


지난달, 알츠하이머 연구 사이트 중 규모가 가장 큰 온라인 허브인 Alzforum에서도 이 충격적인 소식을 보도하였다. 하지만, 독성이 있는 Aβ 올리고머 중 하나인 Aβ*56에 관한 내용이 조작된 것이라고 해서, 알츠하이머의 주요한 병인이 Aβ 올리고머일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올리고머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임을 또한 보도하였다(기사링크). 관련한 많은 저명한 학자들도 이 사건에 대하여 인터뷰를 하였고, 대부분의 의견은 ‘큰 사건’이기는 하지만, 아밀로이드 가설과 관련 연구 및 신약개발 등이 물거품 되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과학계의 신뢰도 문제’ 쪽으로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정적 느낌이 강한 이유는 아마도, 미국 벤더빌트 대학의 Matthew Schrag(매튜 슈래그) 교수가 'Simufilam(시무 필람)'이라는 알츠하이머 약물의 임상 데이터 조작 사건까지 같이 지적을 했기 때문에, 네이처 논문 사건과 함께 알츠하이머 학계에 침체기가 올 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시무필람 약제는 아밀로이드 타깃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같은 사람에 의해 붉어진 사건이어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할 듯하다.




재밌는 사실 하나는,

그 조작된 이미지의 논문에 있는 문제의 데이터는 Aβ*56 데이터도 아니다. Aβ*56이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중요한 형태이다라고 보고한 논문이고, 어떤 데이터를 조작했든 잘못은 맞다.

하지만,   이미지를 건드렸는지 저자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문제의 데이터는 Aβ trimer(3-mer) 이미지를 tetramer(4-mer) 이미지로 복사해서 사용한 것이다.(혹은  반대일 수도 있다.) 어차피   밴드의 사이즈는   붙은 trimer이면 13 kDa쯤이고, 네  붙은 tetramer이면 18 kDa 되겠지Aβ*56과는 멀리 떨어진 밴드이다. 56 kDa 사이즈의 올리고머를 주제로 한 논문이, 굳이 서너개 짜리 올리고머의 이미지를 뭐하러 조작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학계에도 정치적인 부분이 많아서-물론 나는 관심 없지만-우리 알츠하이머 쪽은 아밀로이드 가설을 믿는 학자들과 또 다른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타우라는 단백질이 주원인이라고 믿는 학자들, 그 외에 아예 다른 것이 주원인이라고 믿는 학자들.. 여러 파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나 같은 일개 과학자 나부랭이는 알 수 없는 커다란 돈의 흐름이 어떤 가설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느냐에 따라 움직이게 되지 않을까?


2021년 개발된 항체 약물은, 수십 년 만에 나온 알츠하이머 약물이며, 병의 원인물질을 없애는 메커니즘의 약물로는 처음으로 승인이 된 것이다. 이 약물 승인은 논란이 많았고, 나도 좀 찜찜한 구석이 있다고는 생각되었으나, 큰 그림으로 본다면 내가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있다고 느껴질 만큼 매우 고무적인 결과였다.

그러니, 아밀로이드 쪽이 더 엄청난 힘을 받고 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연구를 주로 하고 있던 팀들은 ‘거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정말 나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 그냥 나의 추측일 뿐이다.)


그런데 때마침 결정적으로 보이는, 혹은 그것이 결정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는 ‘논문의 조작 사건’이 터져, 비 아밀로이드 파가 쾌재를 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β 올리고머가 어느 시기부터 집중을 받고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나 역시도 나의 연구 과정 중 체험하였었다.

한 기사에서는(관련링크), 2006년, Alzforum에서는 이 논문 내용을 크게 보도를 하였고, 그 당시 학계의 분위기는 Aβ*56 뿐만 아니라, Aβ 올리고머를 포함한 aggregates(집적물)에 더 많이 집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즉, 이 논문 때문이든 아니든, 그 당시 즈음부터 Aβ를 연구하는 쪽이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따라 잡기 어려울 만큼의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점점 아밀로이드가 아닌 다른 치료법이나 메커니즘으로는 펀드를 받기 어려워졌고, 학자들의 불만은 높아지다 못해 '아밀로이드 마피아'라는 말이 돌 정도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이런 독식 같은 점유를 한 상태로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밀로이드 타깃 약물은 그 증상을 늦추거나, 멈추거나, 혹은 치료할 수 있는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불만은 더더욱 커졌으리라.

그러다 바이오젠(Biogen)사에서 아두카누맙이라는 항체 약물이 아밀로이드 타깃으로 나온 것이 2021년이었다. 상당한 과학적 우려가 있었으나, FDA는 이 약물을 조건부 승인을 해주었고, 반 아밀로이드파의 입지는 이제 뭐라 호소할 여지조차 없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기에 그 논문 조작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이유 하나도 없이 아밀로이드 타깃이 병을 고칠 수 있는 타깃이 아니라는 말들을 순수하게 믿을 수 있는 상황일까?

이런 절호의 기회를 살려 안 그래도 미웠었던 아밀로이드 마피아를 몰아내려 덤벼드는 것일 수 있음도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하는 연구가 아밀로이드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지구의 살고 있는 인류의 많은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그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심각한 사태이다. 돈의 흐름이 누구에게 갈 것인가 누가 더 인기가 있을 것인가 같은 알량한 파벌싸움보다는, 더 큰 시각으로 인류를 위한 과학자의 마음으로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일까?

여태 다 헛짓거리 했다, 완전 폭망이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같은 ‘겉으로는 안타까워하지만 속으로는 너무 신이 난 듯’ 쌤통이라는 반응보다는 (글 쓴이의 그런 유아적 마음이 느껴지는 건 나의 편견일까?) 좀 더 객관적일 필요가 있겠다.


물론 그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우리는 실수를 살피고 거기에서 다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연구하고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과 정보를 기반으로

베타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을 위한 타깃이 아니라고 보도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될 수 없으므로.


"너희 들이 한 연구는 다 못써. 이를 기반으로 만든 회사는 다 망했어” 같은 별생각 없이 조회수나 인기만을 위해 심통 가득한, 자극적이고 회의적인 글들은, 관련 회사, 연구자, 그리고 투자자들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학자라는 직업의 사회적 위치도 땅 밑으로 추락시킬 수도 있다.




지금 나의 글도 다 맞다고 볼 수는 없을 수도 있다.

이미지 조작 정도로 뒤집어질 수 없는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이 이미 나왔다고는 하지만,

예전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한, 천동설을 지지했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학자들처럼,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엔 바뀌어질,

나 또한 그런 걸 믿고 있는 한 사람의 연구자 일수도 있으니까.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아밀로이드 가설이 아닌 다른 콘셉트의 연구에도 지원의 손길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학자로서 더더욱 엄격해야 할 윤리의식에 반하는 행동을 다 같이 반성하고 고민하여 현재의 이 진통의 시간을 지나, 실추된 신뢰가 반드시 회복되기를 또한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그 타깃이 아밀로이드이든 아니든, 100년 넘게 연구해오고 있음에도 치료는커녕 진단조차 쉽지 않은 이 치명적 질병에서 우리 인류가 벗어날 수 있는 날을 '내가 살아있는 동안' 꼭 맞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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