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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재용 Jun 18. 2024

꿈, 미래

어느날 밤, 누군가를 상담해주는 꿈을 꾸었다. 상담인지 대화인지 하지는 않았지만, 큰 돈이 될 만한 아주 기가 막힌 아이템에 대한 것이었다. 새벽에 비몽사몽 잠에서 깨면서 그 내용을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하고 애썼지만, 기억하는게 불가능하다는 건 사실 그때도 알고 있었다. 기억을 하려는 그 순간에도 내용은 흐릿하게 흩어졌다. 다시 잠이 들었고,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은 채, 그저 좋은 꿈을 꾸었다는 감정만이 남았다.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에서 주인공들은 어느 순간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마에와?"를 외치면서 답답해하고 애틋해한다. 서로 몸이 바뀌어 상대 역할을 하며 생활을 하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서 이야기도 한 사이였음에도 갑자기 이름조차 알 수 없게 된 상황. 그리고 그저 그립다는 감정만 남게 된다. 주인공들이 갑자기 서로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게 되는 이유는 그들의 만남은 꿈과 같았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츠하의 할머니는 미츠하의 몸에 타키가 들어온 것을 간파하고는 "너는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꿈만 그런 건 아니다. 살아오면서 겪고 느끼는 수많은 일들도 그렇다. 몇 가지 장면, 정리된 감정으로 남을 뿐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나,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 역시 나였을텐데 그 소중한 시간들은, 사람과 공간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저 몇가지 장면과 감정만이 드문드문 남아 있다. 현재를 살아간다지만 현재는 현재라고 말하는 순간 과거가 되어버다. 그래서 현재라는 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미래 뿐이다. 미래는 언제나 한발짝 물러서서 미래로 남아 있다. 미래에는 영원히 닿을 수 없기 때문에 영원히 그대로 존재한다. 바스라지고 멀어지는 과거와 잡히지 않는 현재를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 영원불멸의 미래를 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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