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서지능인과 장애화된 사회 (2)

교육의 장애화, '문화제국주의'라는 억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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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한국사회에서의 경계선 지능인 현황에 대해서, 인지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 개요를 살펴 보았다. 이번에는 경계선 지능인들이 배제되고 있는 현재의 사회구조적 문제를 '교육'의 영역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필자는 작년(2026)에 <경계선 지능인의 장애화 경험에 관한 연구: 청소년기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올해 정식으로 그 결과를 등재하였는데, 이번 글에는 그때의 선행연구와 참여자의 인터뷰 자료를 일부 인용하고자 한다. 또한 억압과 배제로 점철된 사회구조적 현상을 필자는 '장애화된 사회'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먼저 여기서 '장애화'라는 개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나서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교육의 장애화에 대한 논의로 '문화제국주의'라는 개념을 이어 살펴보겠다.


image.png <장애화의 정치> (마이클 올리버, 1990)

장애화

‘장애화(disablement)’라고 불리는 개념은 Oliver가 발간한 「The Politics of Disablement」 라는 책이 한국에서 「장애화의 정치」로 번역될 때 사용되었다(Oliver, 2006). 역자는 “'장애화'란 한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장애를 구성하는 과정 전체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 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서술하며 장애화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지훈(2022)은 장애화에 대해 장애와 장애인의 개념에서 어떠한 권력관계가 작동되고,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축된 사회환경과 규범에 의해 불균형적인 권력관계가 재생산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더불어 장애화로 인해 비정상적인 몸으로 사회에 인식되고 무언가 할 수 없는 상태로 규정되면서 차별과 배제, 사회적 낙인을 마주하게 된다고 한다. Sapey(2004)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란 장애화의 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과정은 손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변화 ‧ 억압 ‧ 차별 ‧ 배제의 과정이라고 하였다. 정정훈(2023)은 장애화가 단지 손상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으며, 손상이 특정한 사회적 조건과 맥락 속에서 억압과 차별을 거쳐 장애로 구성되는 사회적 흐름, 즉 손상 → 억압·차별 → 장애의 흐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의미들을 종합해보며 필자는 장애화를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 있는 사람들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축된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권력관계 안에서 경험하는 주변화 ‧ 억압 ‧ 차별 ‧ 사회적 배제라고 명명해본다.

image.png 아이리스 매리언 영 <차이의 정치와 정의>

아이리시 매리언 영의 억압개념: 문화제국주의

문화제국주의(cultural imperialism)는 아이리시 매리언 영이 정의한 억압 개념 중 하나로 지배집단의 경험과 문화의 보편화 그리고 유일한 규범으로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Young, 2017). 이는 다양한 문화적 표현 형태나 삶의 방식, 말과 행동 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획일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 나타난다. 과거에 백인 남성들이 여성, 흑인에 대해서 무엇인가 열등하고 결핍이 있는 존재로 표지를 붙이게 되어 여성과 흑인이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여기며 억압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이와 관련된다(장해림, 2023). 김영(2019)은 영화산업 현장에서의 성평등 문제로 감독과 같은 상위직에서 여성의 과소 대표성 문제 등을 지적하였는데 이러한 조직의 위계성은 문화제국주의 현상을 보여준다.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내용이나 수업에 활용되는 다양한 활동이 지배적인 가치를 규범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 다양한 관점이나 상황이 포함되지 않으면 배제되는 학생이 생겨나게 되고 그 학생들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조현정,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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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교육 제도와 문화제국주의

오늘날 학교 교육의 외형을 보면 모든 학생을 고려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지능지수에 속한 학생을 표준과 중심으로 두며 설계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수업이 운영되고 있다. 교사의 수업 방식, 학습 속도, 교과목의 구성, 과제의 난이도, 시험 시간, 평가 방식, 학급 운영 규칙 등의 요소들은 평균 이상의 인지적 범주에 속하지 않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제약하는 구조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1977년에는 「특수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가 공교육이 이를 포용하기 위한 공공정책을 펴내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이라는 이름으로 위계적인 교육 구조 안에서 분리 교육 체제가 작동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경계선 지능인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에 해당하지 않기에 공교육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며 배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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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획일화된 교육체계와 경쟁 중심의 입시제도로 구조화된 현재의 공교육 체제는 한국 근현대 사회의 역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근대 교육제도는 일제의 식민지배, 6.25 한국전쟁, 군사독재의 출현 속에서 국가에 의한, 국가 중심의 관료적 필요성과 운영 방식에 따라 구성되어왔다. 그로 인해 청소년기의 학교와 교육정책은 국정운영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개인은 국가가 고안한 평가 기준에 따라 선별되고 교육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은 민주화 이후 점차 사적인 영역으로 이전되기 시작하였고, 학벌사회의 사회구조 아래서 신자유주의로 흡수되기 시작하였다(김원석, 2012). 이는 시장만능론에 입각한 경제적인 인간상을 추구하는 풍토를 만들고 개인의 능력 계발을 통한 성공이라는 정당한 욕구를 지속적으로 심어주며 학벌, 자격증, 시험점수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경쟁주의를 더욱 부추겼다.

image.png 출처: 세계일보(2017)

특히 한국교육의 문제를 확대 재생산해온 가장 규정적인 힘으로 학벌주의는 매우 뿌리 깊은 전통을 갖고 있다. 학벌은 학연으로부터 발생하는 공동주체를 일컫는 이름으로 학연이 공동주체로 탈바꿈할 때 그것은 자립성을 지닌 사회적 실체로서 등장한다(김상봉, 2004). 이러한 학벌주의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반을 대학입시 제도의 하위 과정으로 종속시켜 왔으며, 그 질곡은 공교육을 옥죄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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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 청소년기에 공교육 현장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은 과연 어떠한 경험을 해나갔을까? 다음 글에서는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체제를 주제로 실제 청소년기를 보냈던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그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김상봉 (2004). 학벌사회. 한길사.

김영 (2019). 한국영화산업 노동시장의 성차별 실태와 여성배제기제: 여성영화인 인터뷰 분석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김원석 (2012). ‘탈학교’현상을 통해 바라본 한국사회의 공교육에 내재된 폭력성과 그 상흔들: 피에르 부르디외의 ‘상징폭력’론을 중심으로.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이지훈 (2022). 한국 5‧18소설의 장애 재현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학위 논문.

장혜림 (2024). 구조적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기독교 윤리학적 ‘차이’성찰: 아이리스 영의 ‘차이의 정치’를 바탕으로. 장로회신학대학교 일반대학원 신학석사학위논문.

정정훈 (2023). 사회적 배제와 장애화 그리고 장애정치의 역량. 기억과 전망, 48, 12-46.

조현정 (2016). 정의 지향 사회과교육의 구조와 방향: Young의 정의론을 중심으로.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Oliver, M. (2006). 장애화의 정치 (윤삼호 역). 대구장애인연맹 (원출판연도 1990)

Sapey, B. (2004). Disability and social exclusion in the information society. In J. Swain, S. French, C. Barnes, & C. Thomas (Eds.), Disabling barriers – Enabling environments (pp. 273-278). London: Sage.

Young, I. M. (2017). 차이의 정치와 정의 (김도균, 조국 역). 모티브북 (원출판연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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