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을 중점으로 IQ의 유래를 들춰보며
최근 넷플릭스에서 <약한영웅>이라는 드라마 시리즈 시즌2가 나왔다. 그런데 3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바보 새끼", "중딩 때 아이큐 검사 99 나온 새끼, 무슨 원숭이냐?"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매우 친밀한 단짝 친구 관계이며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나온 대사들이기에 감독은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머리 속에 스며드는 불쾌감으로 인해 몰입하고 있었던 드라마에서 잠시 빠져나오게 되었다. '바보'라는 단어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으나 아이큐 수치를 두고 비하하는 모습을 보며 99라는 수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필자의 주변인들, 특히 경계선 지능인을 떠올리게 되었다. 우열과 정상성의 척도를 만들며 사회적 낙인을 조장하고 있는 지능지수라는 개념. 오늘날 국내에서 구분되어 쓰이고 있는 비장애, 지적장애와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용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능지수라는 개념은 과연 어떻게 출발한 것일까? 지금부터 경계선 지능을 중점으로 이야기 해보자.
지능과 지능지수의 개념
먼저 지능(intelligence)이란 개인이 주어진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Neisser et al., 1996; Gottfredson, 1997). 이는 단순한 정보처리 속도나 기억력에 국한되지 않고, 추론, 계획, 문제 해결, 추상적 사고, 복잡한 아이디어의 이해 및 학습 능력 등을 포괄하는 다차원적 개념이다(Sternberg, 1985). 이러한 지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지능지수가 개발되었으며, 지능지수는 표준화된 심리검사를 통해 산출된 수치로 개인의 인지적 기능 수준을 나타낸다(Gottfredson, 1997). 지능지수는 평균값을 기준으로 개인 간 지적 능력의 차이를 수량화하여 비교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교육적, 진단적, 정책적 영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Neisser et al., 1996).
IQ의 역사
IQ는 1905년에 프랑스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비네가 학생이 성장하고 학습하면 테스트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특수교육에 필요한 학생을 예측할 수 있는 시험을 만들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한다. 비네가 처음에 이 테스트를 만들었을 때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지어 비정상에 속하는 이들을 사회에서 배제시키려고 했던 악한 의도로 접근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고려해 교육의 불평등에 대한 비가시적인 간극을 줄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험에 대한 연구는 독일의 심리학자인 빌리암 슈테른에게 넘어갔고 점수화되기 시작하였다(Thomas, 2019). 이때부터 지능은 숫자로 측정가능한 검사 형태로 재탄생했다. 이후 IQ검사는 심리학자 고다드에 의해 미국으로 도입되어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때마침 인류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운명을 마주하게 되었고 이때 공교롭게도 IQ검사는 많은 고객을 확보하였다. 그렇다면 IQ검사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정신박약을 특징짓는 지적 결함과 새로운 종류의 인간인‘우둔’(moron)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Shelley et al., 2020).
사실 비네는 IQ검사를 병인론적 관점이나 지도 원리로 이용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IQ검사를 유전학적 설명이나 통제 수단의 방식으로 밀접하게 결합을 하였다. 게다가 지능검사가 등장한 초기에는 유전에 대한 비판 의식이 보이지 않았기에 우생학자들은 이 지능검사를 활용하여 우수한 자와 열등한 자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George, 1985; Shelley et al., 2020). 그렇게 IQ검사는 점차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감옥, 감화원, 군대, 학교 등 많은 곳에서 활용하게 되었다.
미국의 정신의학회는 다양한 정신장애를 지닌 정신질환자들의 진단과 분류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연구자 간의 합의된 의사소통은 물론 치료와 경과 및 예후를 보다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이라 불리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을 1952년부터 책자로 출간하기 시작하였다(김청송, 2016). DSM은 DSM-1부터 시작해서 DSM-5까지 개정이 되어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유효하게 활용되고 있다.
경계선 지능의 탄생 배경
초창기 시절 경계선 지능의 구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DSM 1판과 2판에서 경계선 지능의 구간 범위인 IQ 70-85가 경도 지적장애 안에 포함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경계선 지능이라는 개념은 창궐할 필요가 없었다(김용훈, 2023). 그러다 1973년에 미국의 정신지체협회가 지적장애 정의에 대한 지침서를 개편하면서 DSM의 3판부터는 지적장애를 –2SD 이하, 즉 IQ 70이하의 범주로 낮추었고 현재 경계선 지능 범주의 속하는 이들이 지적장애에서 배제되면서 자연스럽게 특수교육서비스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송준만 외, 2012). 특히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특수교육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었던 많은 규모의 경계선 지능 아동들이 이러한 개편으로 인해 프로그램에서 제외되어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한다(Meyers et al., 1975). 배제된 주체들은 그 경위를 알지도 못하고, 아니 애초에 허락조차 불필요했기에 또 다른 개념으로 이민을 준비하거나 새롭게 불려질 이름을 찾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이들은 ‘임상적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기타 상태(V-Codes for Conditions Not Attributable to a Mental Disorder that are the Focus of Attention or Treatment)’로 분류되었다. 이후 미국 정신지체협회는 이들이 장애인으로 낙인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경계선급 지능’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였고(사실 협회의 의도와는 달리 현재 또 다른 사회적 낙인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DSM-5에서 경계선급 지능으로 정의되는 이들은 ‘모든 장애로 이완 가능한 임상적 주의를 요하는 범주’에 속하게 되었다(김근하, 2006). 하지만 경계선 지적 기능 자체에 대한 정의와 진단에 대한 준거가 아직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고 있다(김주영 외, 2016).
한국에서 지능지수는 현재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현재 한국은 지능지수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식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짓기 위한 용도를 확인할 수 있다.「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지능지수가 70이하에 속하는 이들은 발달장애인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그 정도에 따라 경증과 중증으로 나뉘고 있다. (장애등급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지 않았던 2018년 이전에는 1급, 2급, 3급으로 숫자화하여 구분했었다) 또한 85이상에 속하는 이들은 비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130 이상에 속하는 자들은 소위 말하는 영재라고 칭해지며 '멘사'라는 고지능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위의 구간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 70이상 84이하의 지능지수에 속하는 이들이 바로 우리가 경계선 지능인으로 불리고 있는 이들이다.
지능지수,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 여러 모순점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숫자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너무 흔하게 쓰이고 있으며 지적장애 범주에 속한 이들에게는 가능성보다 무능함을 먼저 보게 하는 도구로 계속 사용되고 있다"
- 조한진, 2011
지능지수를 측정하는 도구가 인류의 발전에 공헌한 바는 분명히 있다. 개별적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일상생활과 학습활동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고, 개별의 수준에 맞는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은 지능지수에 대한 검사결과를 기반으로 당사자들이 사회 참여활동에 있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사회적 배제와 장애 차별 등을 발생시키는 사회제도와 구조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부릅뜨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이 미디어 문화 콘텐츠들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요즘에는 제작자가 이를 의도치 않든 간에 우열을 가르는 식의 미디어 문화 콘텐츠들 - 높은 지능지수를 가진 이들만의 추리 서바이벌게임 등 - 이 생산되는 양태는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며 윤리적인 규제도 필요해보인다. 그리고 당장 우리 주변에 낮은 지능지수를 가진 이들을 우둔의 프레임에 가두고 선입견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 높은 지능지수를 가진 이들에 대한 열망과 우월의식 표출, '바보', '멍청이', '지능이 낮다', '모자라다' 와 같이 비하적 표현의 언어들을 생활 속에서 남발하지 않는 언어적 습관 등 해결의 모색은 저 멀리 타자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우리 일상 가까이, 당장의 '나'라는 주체에서부터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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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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