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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 결함을 강점으로 바꾸는 시선

신경다양성의 개념과 역사를 중심으로

by 허무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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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 개념은 2015년에 자폐스펙트럼의 역사를 다룬 스티브 실버만(Steve Silberman)의 저서 뉴로트라이브(Neurotribes)출간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대중에 알려지게 되었다(이원희 외, 2022). 또한 운동 초기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나 현재는 주의력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학습장애, 난독증, 통합운동장애, 지적장애, 투렛장애 등 여러 신경발달장애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Armstrong, 2017). 이렇게 개념이 확장된 것은 개개인이 저마다 다른 뇌를 지닌, 즉 신경학적 차이를 지닌 독특하고 다양한 존재라는 점이라는 전제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위 유형 적용 범위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며 명확하게 범주화되지 못하고 연구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기에 개념의 하위 유형 범위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은 자폐스펙트럼의 자립생활 커뮤니티인 메일링 리스트 (Independent Living on the Autistic Spectrum)에서 자폐스펙트럼 활동가들에 의해 집단적으로 개발되었다(Botha et al, 2024). 메일링 리스트 ‘자폐스펙트럼의 자립생활’은 당사자들이 권리운동의 움직임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1980년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의 부모 모임이 있었다. 부모 모임을 매개로 당사자들이 집결하였고 자폐국제네트워크(Autism Network International)이 형성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의 부모들은 당사자들을 점차 자신들의 공간에서 배제했다(Dekker, 2015; Silberman, 2018: 윤은호, 2022에서 재인용).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


Silberman(2018)은 신경다양성에 대해 인간의 다양한 신경학적 상태를 자연스러운 형태로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하였다. 생태계에 다양한 식물과 동물, 색상이 존재하듯이 인간 두뇌의 신경계도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다(이원희 외, 2022). 이는 장애를 병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결함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회구조적 맥락과 환경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모델의 관점과 연결된다(Jurgens, 2020). 이처럼 신경다양성 관점에서는 비정형적인 신경발달 또한 정상적인 신경발달상의 차이일 뿐이며, 개인의 차이, 다름, 개성으로 인정하고 다양성 차원으로 수용하고 존중하고자 한다(정다예 외, 2022).


신경다양성의 역사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의 담론이 만들어지는데 큰 역할을 하였던 메일링 리스트 ‘자폐스펙트럼의 자립생활’은 당사자들이 권리운동의 움직임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1980년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의 부모 모임이 있었다. 부모 모임을 매개로 당사자들이 집결하였고 자폐국제네트워크(Autism Network International)이 형성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의 부모들은 당사자들을 점차 자신들의 공간에서 배제했다(Dekker, 2015; Silberman, 2018: 윤은호, 2022에서 재인용). 하지만 자폐스펙트럼 당사자들은 온라인 활동을 통해 소통을 이어나가기 시작했고 네델란드에 거주했던 마르틴 덱커(Martijn Dekker)가 1996년부터 메일링 리스트를 운영하였기에 신경다양성에 대한 당사자들의 담론이 형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 당사자들은 온라인 활동을 통해 소통을 이어나가기 시작했고 네델란드에 거주했던 마르틴 덱커(Martijn Dekker)가 1996년부터 메일링 리스트를 운영하였기에 신경다양성에 대한 당사자들의 담론이 형성될 수 있었다. 그리고 자폐스펙트럼 당사자들이 ‘신경전형성(Neurotypical)’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 주의력 결핍증, 투렛 증후군의 뇌가 신경학적으로 다름을 장애에 대한 논의로 이끌어낸 것이 단초가 되었다. 1998년에는 사회학자이자 ‘자폐스펙트럼의 자립생활’의 회원이었던 주디싱어가 학위논문을 위해 참여관찰을 진행하다가 자폐스펙트럼 당사자들이 메일을 주고받으며 인식형성과 사회권 획득, 적절한 서비스 제공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1998년 말 자폐스펙트럼 활동가들에 의해 집단적으로 개발된 ‘신경다양성’ 개념을 석사논문에서 학술적으로 처음 인용하였다(Singer, 1998; Silberman, 2018).

978-981-13-8437-0 Autistic Community and the Neurodiversity Movement (2020)

신경다양성 개념은 2015년에 자폐스펙트럼의 역사를 다룬 스티브 실버만(Steve Silberman)의 저서 뉴로트라이브(Neurotribes)출간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대중에 알려지게 되었다(이원희 외, 2022). 또한 운동 초기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나 현재는 주의력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학습장애, 난독증, 통합운동장애, 지적장애, 투렛장애 등 여러 신경발달장애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Armstrong, 2017). 이렇게 개념이 확장된 것은 개개인이 저마다 다른 뇌를 지닌, 즉 신경학적 차이를 지닌 독특하고 다양한 존재라는 점이라는 전제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위 유형 적용 범위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으며 명확하게 범주화되지 못하고 연구자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있기에 개념의 하위 유형 범위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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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의 개념 출현에 대한 긍정적 함의


신경다양성 관점의 운동은 현재까지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장애’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 인식, 사회적 낙인에서 벗어나‘다양성’,‘독특함’ 등의 언어로 개인의 존엄성을 회복해나가며 병리화에 따른 차별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보는 결함 패러다임을 대신하여 강점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을 강조하기에 학생들의 결함과 취약점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어왔던 특수교육 분야에서는 특히 큰 시사점이 있다.

신경다양성운동.PNG 당사자들의 신경다양성 축하 주간 활동 (출처: 별의친구들)
XL 증상이아니라 독특함입니다 (토머스 암스트롱, 2019)
xxlarge 신경다양성 교실 (김명희, 2022)

또한 단순히 용어 대안을 넘어 신경발달장애를 지닌 모든 사람을 완전 통합시킬 목적으로 전개되고 있기에 장애인 권리 운동, 통합교육 운동, 사회통합을 위한 자기 옹호 운동에도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정대영, 2020).


신경다양성 개념에 대한 비판적 시선


한편 신경다양성 운동에 대한 비판적인 담론도 존재한다. 주된 내용으로는 첫째, 정체성 정책과 특정 대상의 이분법적 집단화에 대한 정당성 문제가 있다(정대영, 2020). 신경다양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신경다양인과 비신경다양인으로 이분법적 논리가 생성되며 ‘우리와 그들이란 사고방식’을 조장하여 내집단과 외집단이라는 분열을 초래한다(Runswick-Col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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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가 장애 정도가 심한 정신적 장애인을 과연 포함시키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고기능과 언어 표현이 가능한 사람들의 당사자 운동에서부터 출발하였기에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최중증 자폐성 장애인의 권리와 요구는 주변화되어 모든 사람들에 대한 대표성을 띄지 못할 수 있다. 셋째, 유전/뇌 기반의 이해를 촉진하는 환원주의로서 기능주의와 의료적 모델에 관한 문제이다(정대영, 2020). 이는 신경다양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차이를 주로 뇌 기능이나 신경계의 특성으로 환원시켜 설명하기에 차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개인의 뇌 차이로 전가하는, 생물학적 기반을 둔 차이 이해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경다양성 현안


한국에서는 현재 대부분의 제도들이 장애 등록 여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신경다양성 개념 안에 포함될 수 있는 ADHD, 난독증, 학습장애, 경계선지능인들은 제도 밖으로 밀려나게 되며 등록장애인에 속하는 자폐성 장애 중에서도 기능이 높으면 장애인 복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그로 인해 신경다양성에 대한 정책적 정체성이나 대표성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포럼 신경다양성.PNG 2025 신경다양성 주간 국회포럼

또한 언어로 의사표현이 가능한 정도의 신경다양인들만이 주체로 인정되는 현상은 중증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소외시키며 대표성의 왜곡과 배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신경다양성 담론은 주로 전문가 주도 또는 부모 중심의 단체에서 주도되면서 당사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과 자조모임 간 연대체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당사자운동.PNG 신경다양성 주간 당사자 문화운동 (출처: 별의친구들)
ㅇㅇ.PNG 신경다양성 주간 국회포럼 청소년 당사자 발언 장면 (출처: 별의친구들)
당사자들이 기획한 축제, 슬로우페스티벌 (출처: 별의친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중심성을 실천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신경다양성 청소년·청년들의 교육과 자립을 지원하며 당사자 결정 구조를 지향하는‘별의친구들’, 신경다양성과 정신장애 당사자의 교차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모임 ‘세바다’, 그리고 성인 자폐스펙트럼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자조모임 ‘estas’와 같은 단체들이 이러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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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신경다양성 개념은 현재 장애문화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장애학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구성주의 모델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유물론적 관점은 너무 필요하고 계속 함께 가야한다. 하지만 그간의 역사 속에서 '장애'라는 라벨링으로 점철되어왔던 부정적 함의와 선입견의 상- 시혜, 동정, 무기력함, 불가능성, 무능함, 불편함-에서 벗어나 사람을 사람으로 먼저 바라볼 수 있는, 지금 이 시대에서는 인식의 창들을 새롭게 재조립할 수 있는 노력들이 너무 필요해보인다. 물론 신경다양성 개념은 아직까지도 해소되지 못한 비판의 여지가 많다. 때문에 비판에 대한 담론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모색하며 그 마찰의 소리 또한 수용해야한다.


장애의 출현은 모두의 책임이다.

더 이상의 새로운 장애는 없어야 한다.

주간.PNG 신경다양성 주간: 정현규 작가의 예술 연대 활동 (출처: 별의친구들)


참고문헌


윤은호 (2022). 신경다양성 개념 및 변화에 대한 일고찰. 재활복지, 26(4), 19-39.

이원희, 김명희 (2022). 신경다양성 개념을 적용한 통합교육 실행연구: 신경다양성 교실을 위한 강점 기반 접근. 통합교육연구, 17(1), 217-249.

정대영 (2020). 신경다양성 패러다임 운동에 대한 특수교육의 과제. 증거기반 교육연구, 1(1), 95-116.

Annabi, H., Crooks, E. W., Barnett, N., Guadagno, J., Mahoney, J. R., Michelle, J., Pacilio, A., Shukla, H. & Velasco, J. (2021). Autism @ Work Playbook: Finding talent and creating meaningful employment opportunities for people with autism. Information School UNIVERSITY of WASHINGTON.

Jurgens, A. (2020). Neurodiversity in a neurotypical world: an enactive framework for investigating autism and social institutions. In Rosqvist, H. B., Chown, N., & Stenning, A. (Eds.). Neurodiversity studies: A new critical paradigm. London, UK: Routledge.

Runswick-Cole, K. (2014).‘US’and‘them’: The limits and possibilities of a ‘politics of neurodiversity’ in neoliberal times. Disability and society, 29(7), 1117-1129.

Silberman, S. (2018). NeuroTribe (B. C. Kang, Trans.). Alma.

Singer, J. (1998). Odd people in: The birth of community amongst people on the “autistic spectrum”(Master dissertation).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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