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과 결혼할 권리(1)

유전학, 그리고 장애의 극복과 제거로 의료화된 시대의 블루스

작년 5월, 드라마 '우리들의블루스'로 잘 알려져 있던 배우이자 작가인 정은혜씨가 결혼을 했다. 그녀는 배우자인 조영남 작가와 2024년 2월부터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이후 함께 일터에서 같이 그림도 그리고 커피도 마시며 여러 일상을 보내다가 1년여간의 뜨거운 열애 끝에 결국 결혼까지 골인하였다. 그리고 결혼한지 얼마 되지않아 '동상이몽'이라는 TV프로그램에도 나와서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의 나날들을, 정말이지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 두 부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지극히 평범한 결혼에 대해 왜 세상은 강렬한 조명을 비추는 것일까?

'지적장애인'이 '결혼'을 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정은혜 작가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사회가 호명하고 있는 단어 중 하나는 '지적장애'이며 그녀의 배우자인 조영남씨 또한 지적장애인이다. 지적장애인이 결혼을 했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 지적장애인 부부가 결혼을 했다는 것. 이것은 사회적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 그간 지적장애인을 대상화했던 역사와도 매우 깊은 연관성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비장애인들과 달리 지적장애인의 결혼과 같은 이벤트들이 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으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사회가 '발달장애'라 부르는 이들의 가장 낮은 결혼률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살펴보면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장애 유형중에서도 '지적장애' 유형은 가장 낮은 결혼상태인 9.2%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사실 가장 낮은 것은 아니었다. 바로 옆을 보면 숫자조차 적혀있지 않은 유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폐성 장애' 유형이다. 무려 0%라는 통계로서 증명되고 있으며 이 또한 발달장애 유형에 속하는 그룹이기에 결과적 맥락으로 바라볼 때 어찌보면 '발달장애'유형으로 묶어서 이야기 해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지적장애인의 결혼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 포착되었다.

* 그렇다고 주체적 의지로 결혼을 원치 않는 지적장애/자폐성 장애인의 권리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담론으로 필자가 상정하는 주체는 결혼에 대한 욕구가 있는 발달장애인의 경우에 한정하겠다.


그렇다면 생기는 질문들

먼저 왜 낮은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기에 앞서 그간 장애를 바라봤던 오랜시간의 역사로 비추어보며 지적장애인의 결혼을 생각할 때 흔히 가지게 되는 질문들을 상상해보자.


"집안일이나 돈관리가 과연 가능할까?" (about지적장애)

"애를 잘 키울 수 있을까?" (about지적장애)

"00씨를 평생 잘 돌볼 수 있겠어?" (about 한쪽해당/비장애입장)

"너 사랑하는 감정 맞아?" (about 한쪽해당/비장애관점)

"그사람 혹시 너 이용하는거 아냐?" (about 한쪽해당/지적장애입장)

"널 진짜 사랑하는게 맞을까?" (about 한쪽해당/지적장애입장)

"너희를 누가 돌봐줄건데?" (about 둘다해당)

"둘의 힘으로 먹고 살 수나 있겠어?" (about 둘다해당)

"너희가 결혼의 의미를 이해하긴 해?" (about 둘다해당)

"우리가 죽으면 누가 책임지지?" (about 둘다해당)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about 누구든)

"너희 사랑하는거 맞아?" (about 누구든)

"아이를 낳았을 때 장애인이 나오면 어떻게하지?" (about 누구든)


수많은 질문들이 나열되었다. 그 중 나는 가장 많은 관점에서 대부분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핵심 질문 한 가지에 대해서만 이번 글에서 우선적으로 파고들어가보겠다. 그 질문은 바로 아래와 같다.


"아이를 낳았을 때 장애인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깊게 심어진 의료적 모델과 유전학적 사고

이 질문에는 유전학적 관점, 즉 의료적 모델의 관점이 매우 뿌리 깊게 전제되어 있다. 의료적 모델의 관점은 무엇인가? 의료적모델이란,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지닌 개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사회적 제약이 아닌 개인 내부의 결함에서 비롯된 문제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근대사회에 이르러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과학기술적 진보는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의학적 개입과 전문가의 개입을 통해 향상되거나 교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믿음을 확산시켰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특정한 손상을 지닌 사람들은 점차 ‘장애(disability)’라는 범주로 호명되었으며, 그들이 겪는 문제는 개인의 생물학적 구조나 기능을 변화시켜야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의료적 모델은 장애를 개인의 몸과 정신에 내재된 결함으로 위치시키며, 의사나 치료사와 같은 전문가의 역할을 손상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치료하거나 개선하는 것으로 설정한다(Lang, 2001). 다시 말해, 의료적 모델은 장애를 사회적 관계나 제도적 환경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의학적 진단과 치료의 대상으로 환원함으로써 장애인의 삶을 지속적으로 ‘교정의 대상’으로 위치시킨다.

"의료적 모델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인간 기능의 최적 수준이 있다고 가정한다" (Leplege & Hunt, 1997)

하지만 이러한 기능적 변화는 현실적으로 쉽게 이뤄지지 못하며, 이는 현재까지의 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즉, 장애는 완전히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된 어떤 이들은 장애를 제거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러한 역사는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


고치는 것을 포기한 제거의 역사, 홀로코스트에서의 장애인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가장 많은 문제를 직면시켰던 제2차 세계대전의 히틀러와 나치정권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인간에 대한 많은 문제를 직면시켰다. 민족주의와 유전에 따른 우열의 구분은 유대인 학살을 자행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애인 또한 그 희생자 명단에 들어가 있다. 일명 T-4작전이라고도 불렸던 사건이다. 역사에 따르면, 나치 정권은 이때 장애인을 열등한 유전자로 상정하며 이들을 멸종의 대상으로 구분하고 25만 명까지 몰살시켰다고 한다. 유전학에 열광했던 나치 정권은 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 구조를 결함으로 바라보며 그 결함을 불완전성과 취약성으로 단정지었다. 그렇게 개인의 다름을 우열로 구분하는 이들은 장애를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T-4작전은 히틀러 정권을 통해 우월한 유전을 확보하기 위한 인간의 욕망이 극에 달했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의 우생학 선전 포스터 "유전병을 가진 한 사람은 60세까지 평균 5만 마르크가 든다"

그럼 다시 이 글의 주제로 돌아가보겠다. '지적장애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그것은 결국 장애가 되물림 되면 안된다는 생각들과 연결된다. 즉, 장애를 유전학적으로 바라보는 것, 열등한 유전자라는 관념, 장애아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비롯된 의식, 좀 더 본질적으로는 장애인의 존재에 대한 부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히틀러가 장애인을 학살했던 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애아이가 출산되면 현실적으로 양육의 어려움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지적장애인부부의 경우 가장 많은 비율인 19.1%로 자녀에게 장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불어 장애를 가진 부모 중에서 약 33%는 자신의 장애가 자녀에게 지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지적장애인은 결혼하지 말라는거야?"

그렇다. 지적장애 부부가 아이를 낳을 경우 유전될 확률도 높고, 더군다나 장애아동은 양육도 더 어려운 것이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 이로 인해 당사자들 조차도 본인들의 장애가 자녀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서 증명되었다. 그래서 지적장애인은 결혼을 하면 안되고 자녀도 낳으면 안된다는 것이라는 건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앞서 나왔던 질문들과 함께 돌봄에 대한 국가적 역할을 다음 편에서 다뤄볼 필요가 있겠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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