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과 결혼할 권리 (2)

국가의 역할, 돌봄의 책임, 상호의존성에 관하여


2013년 4월 결혼식을 올린 서혜경, 유지용 부부

지난 글에서는 지적장애인의 결혼으로 연상되는 여러가지 질문들, 그 중에서도 지적장애인의 출산과 관련된 질문 항에 대해 다루면서 의료적 모델과 유전학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그 밖에도 다른 질문 항들, 그리고 국가 지원과 돌봄의 역할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둘의 힘으로 먹고 살 수나 있겠어?"

"집안일이나 돈관리가 과연 가능할까?"

"이들을 누가 책임지지?"

"아이는 어떻게 키우려고?"


일자리와 생계의 영역

결혼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 가정을 꾸리게 되면 우리는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 수입을 증대해 나가야한다는 접근 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의 경우 인지적 다름으로 인해 기존의 비장애인 중심 노동환경과 운영시스템에서 큰 취약성을 보이게 된다. 수익과 상품가치, 잉여노동을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와 고용주들의 입장에서 지적장애 노동자들은 현재 시장구조에 부합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노동자로 취급되기에 신자유주의 구조에 기반해 노동시장이 운영될 경우 지적장애인은 고용 접근권에 있어 차별과 사회적 배제를 경험할 수 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에 더욱 내몰리게 된다. 때문에 국가는 이에 대해 개입해나가서 불균형한 노동시장의 간극을 좁혀나가야할 책무가 있다.

(사진 출처: 비마이너)

경제관리와 가사노동의 영역

결혼 생활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는 돈 관리에 있어 생활비 지출을 어떻게 하면 알뜰한 살림을 해나갈 수 있을지, 미래를 위한 저축은 어떻게 할지, 관리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보일러는 어떻게 작동시켜야하는지 등 배움의 영역에서 해결해나가야할 일들이 참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은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요즘은 유투브를 통해서 누구나 이러한 교육과 정보들을 제공받을 수 있을 정도로 교육 접근의 편의성이 높아진 것처럼 자칫 보일 수 있지만 지적장애인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속도가 뒷받침 되고 있는 교육자료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교육자료와 정보라고해도 당사자들은 이를 흡수하기가 참 힘들다. 이는 교육과 정보에 대한 접근권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아이리스 매리언 영이 말한 문화제국주의가 교육 영역에서 작동하는 양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지적장애인의 인지적 취약성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에 있어서는 국가가 반드시 이를 개입하고 해결해야할 책무가 있다.


인간조건의 의존성을 고려한다면, 인간존엄성을 중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을 보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돌봄에 대한 지원 또한 있어야 한다 <돌봄지원국가> (맥신 아이크너, 2010).


돌봄과 육아관리 영역

이 문제는 단지 개인의 사적 선택 차원을 넘어, 여성 평등의 문제이자 장애인의 삶을 둘러싼 가족 책임의 구조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결혼에서 발생하는 돌봄과 육아의 책임을 과연 가족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윤리적·정책적 쟁점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이러한 책임은 주로 여성 가족 구성원에게 전가되어 왔으며, 이는 장애인의 결혼을 허용하되 그 결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를 고착화시켜 왔다.

'정의론'을 발표한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 (1921~2002)

롤스의 정의론은 국가의 과도한 개입 없이 시민의 자유와 선택,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지만, 자유와 평등을 사적인 영역의 침해로 간주함으로써 가족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의 불평등과 부담의 집중을 충분히 문제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결혼은 단순한 사적 계약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 그리고 불완전한 인간조건에 대한 상호의존성과도 연결되어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지적장애인의 결혼을 진정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돌봄과 육아를 가족의 도덕적 책임으로 환원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할 공적 책무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자료: 통계청)

최근 들어 비장애인들도 경제적 안정성과 미래 불안, 가치관의 문제, 배우자에 대한 높은 기대 등으로 인해 결혼율이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이처럼 비장애인들도 더욱 결혼이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에서 지적장애인의 결혼 문제는 더욱 필연적인 논리로 등한시되고 우선순위의 쟁점에서 밀려날 수 있기에 큰 우려감이 느껴진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제 23조, '가정과 결혼에 대한 권리'에 따르면, 장애인은 결혼과 가정생활에 대한 동등한 권리가 있으며 이에 대해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고 나와있다. 이러한 협약의 조항이 나온 이유를 우리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적장애인의 결혼은 지적장애인의 권리 문제와도 연결된다. '인지적 취약함이 있는 지적장애인은 결혼할 권리가 없다'는 말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인 세상을 상상해보자.

이는 인간존엄성과 자율성의 가치들이 무너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적신호로 볼 수도 있다.


결혼제도에서 제외된 시민들은 금전적 혜택을 포함해 국가적 혜택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 <돌봄지원국가> (맥신 아이크너, 2010).

2014년 지적장애인 남모씨와 이모씨의 결혼식 (사진 출처: 중앙일보)


지적장애인의 결혼은 단순히 시혜적 측면에서 환원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장애 아동의 존재 자체를 위험과 결함으로 간주해 오고 동조해왔던 유전학적 사고와 의료적 모델의 인류 역사, 일자리와 고용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불평등한 노동시장을 형성하고 이를 방관하고 편승해 온 사회적 주체들의 책임, 경제관리와 가사노동 등 결혼생활에 필요한 교육 접근권 차별 그리고 지적장애인을 주변화해 온 교육과 사회화의 역사, 돌봄과 육아 관리의 영역에서 국가적 책무가 아닌 가족에 대한 도덕적 책임 전가에 대한 문제 등 결국 지적장애인의 결혼을 둘러싼 논의는 개인의 능력이나 가족의 부담을 묻는 차원이 아니라 누가 결혼과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을 배제해 왔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앞으로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구마가야 신이치로 (일본 도쿄대학교 교수)

일본의 구마가야 교수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났기에 상호의존성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완전한 자립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의존의 선택지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고도화된 테크놀로지와 인공지능이 일상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 현 시대에서 인간의 삶은 편의와 효율의 확대와 동시에 불안과 취약성의 증폭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는 불완전성을 결핍이 아닌 전제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더 긴밀한 상호의존을 가능케 하는 모두의 평범성을 위한 삶의 영토를 재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


결국 지적장애인의 결혼은 더 많은 사회적 제약이 존재하는 만큼 장애인의 권리, 아니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사회적 책임과 더 더 많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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