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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Sep 29. 2019

백수생활의 본격적인 잔기술

<실업급여 완전정복> 제1차 실업급여 집체교육을 다녀와서.

2019. 09. 10(화) : 고용보험센터 최초 방문 _ 실업급여 수급신청 (수급자격팀) _ 약 10분 소요

9.24(화) 10:30 집체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하였으나, 개인 일정 상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니 9월 24일 기준 2주 내 동일한 시간에 교육을 받으면 된다는 안내를 받음.


2019. 09. 25(수) : 10시 30분 제1차 실업급여 집체교육 참석 _ 약 50분 소요 


24일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하루 뒤인 25일 교육에 참석했다. 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10시경. 고용보험 최초 방문 시 1층에서 수첩을 받아 5층 교육장으로 가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기에 1층 '실업인정' 창구로 갔다.(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가야 할 곳은 크게 수급자격 창구와 실업인정 창구로 나뉜다.) 헌데 멀대 같은 아저씨가 갑자기 튀어나와 묻는다.


직원 :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무명 : "아, 집체교육받으러 왔는데요."

직원 : "5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무명 : "아니오, 여기서 수첩을 받아서 가라고 했는데요."

직원 : "5층에 가면 나눠 줍니다."

무명 : (속으로, 뭐야! 전에는 1층에서 받아가라더니 -.- )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교육장 방향으로 가보니 테이블 위에 실업급여 수첩(취업희망카드)과 유인물이 잔뜩 놓여있고, 고용보험 직원 3명이 안내를 하고 있다.


직원 : "몇 번 창구에서 오셨어요?" (고용보험에서는 이런 식으로 안내받은 창구 번호를 묻는다.)

무명 : "2번이요"

직원 : "수첩이 없는데..."

무명 : "아, 제가 원래 어제 교육을 받았어야 했는데 일이 있어서 오늘 왔어요."

직원 : "그럼 1층에서 수첩을 받아 오셔야 해요."

무명 : (속으로, 이런 퐝당 시추에이션! )  "1층에서 직원분이 여기로 가라고 했는데요."

          약간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미 교육장에 와서 앉아있는 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에쒸, 나 주목 공포증 있는데!)

직원 : 어제 오셔야 했는데 오늘 오셔서 그래요! 아래층에서 받아오시는 거예요. (위풍당당)

무명 : (속으로, 그래도 너네 직원이 아래층에서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고 잘못 안내해 줬는데 미안한 기색이             약간이라도 있야 하는 거 아니니.)


똥개 훈련받는 기분으로 다시 1층에 내려와 2번 창구로 향했다.


무명 : 어제 교육을 받았어야 했는데, 수급자격팀에서 요청한 서류가 있어서 병원 다녀오느라 오늘 왔어요.

직원 : 아, 원래 일정 변경은 두 번만 가능한데 지각하신 걸로 해서 변경안하신걸로 처리해드릴께요. (선심 쓰듯)


엥? 이건 또 무슨 소 리람? 첫날 지정받은 24일에 오지 않았으니 일정 변경 찬스 두 번 중 한 번을 써야 하지만 봐주겠다는 것이다. 아니 그럼! 첫날 안내해 준 직원이 이 사실을 나에게 미리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일정변경 찬스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날짜에 맞추려 노력했을텐데!


결론적으로, 고용보험의 직원들은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설명을 충분히 해주지 않으니 알아서 자기 밥그릇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라.

문제의 수첩 '취업 희망 카드'  인적사항, 실업급여 수급 기간과 금액, 실업인정 일자 등이 기록되어 있다.

주섬주섬 수첩을 받아 다시 5층으로 올라가 교육장에 착석했다. 실업급여 교육에 한 번만 참석해보면,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실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업급여 집체교육은 매일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강의장에 모인 사람은 적어도 100명이 넘어 보였다. 연령대도 2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분들까지 다양하고 성별의 비중도 비슷해 보였다. 우리나라의 실업문제는 어느 한 세대, 특정한 성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강의실에 찐득하게 깔린 열패감이 사람들의 발목을 감싸 쥐고 있기 때문이리라.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강사가 설명을 시작하였다. 한데 이 강사님이 또 복병이다. 마이크 음량은 낮고 혼자 웅얼거려서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목소리의 높이가 일정해서 졸린, 재미없는 설교를 하는 선생님 같다고 하면 맞겠다.  미어캣처럼 몸을 세워 중요한 내용을 놓치지 않기위해 애를 써야 했다. 중간중간 질문하는 아저씨들이 있었지만 깔끔하게(?)무시하고 진행하신다.


교육 내용은 두 가지로 나뉜다. 전달받은 네가지 서류에 대한 작성방법, 그리고 구직활동을 인정받는 방법이 그것이다. 서류는 작성하면 되는 것이라 어려움이 전혀 없으며, 가장 중요한 계좌번호를 적는 란이 나온다. (혹시 숫자를 잘못 적어 오입금되거나 미입금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러 번 확인해야 한닼ㅋㅋ)

웅얼웅얼하시던 강사님, 똑같은 교육을 몇번이나 반복하셨을까?

교육의 핵심은 구직활동에 관한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1차부터 4차까지는 1번씩,  이후 회차부터는 2번씩 구직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했다.


1. 워크넷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구인공고를 보고 입사지원을 하는 방법

2. '사람인'이나 '잡코리아'와 같은 민간 구직 사이트를 통해 입사지원을 하는 방법

3. 고용보험의 집체 교육에 참석하는 방법 (2, 3차에만 해당)

4. 고용보험이나 기업 등의 취업관련 특강을 받는 방법

5. 봉사활동을 하는 방법

6. 취업박람회에 참가하여 면접을 보고 증명서를 제출하는 방법

7. 내일배움 카드를 사용해 직업훈련 교육을 받는 방법

8. 고용보험에서 진행되는 직업 심리검사를 받는 방법

9. 자영업 활동계획서를 작성하여 계획서에 따른 활동자료를 제출하는 방법

※ 위의 종류별로 구직활동 인정 제한 횟수가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실업급여'의 세계

위와 같은 활동을 한 후, 그 증명을 다음 실업인정일에 (취업희망카드에 적혀 있는 날) '워크넷' 사이트에 업로드해주면 그다음 날로부터 5일 이내 실업급여가 지급되는 것이다.


교육을 다녀온 소감을 말하자면, 별로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세가 있으시고  컴퓨터를 쉽게 사용하실 수 없으신 분들은 다소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다녀온 바로 다음 날, 놀라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구직급여 528,000원 ☆은행 입금되었습니다. 고양센터 (다음 실업인정일 : 2019/10/22)"


'국가가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고 헤매는 나이든 양을 이렇게 먹여 살리는구나'. 그저 한 시간쯤 교육을 다녀왔을 뿐인데 큰돈이 통장에 들어오다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국가에서 인정한 진짜 백수가 되었다는 실감이 밀려왔다.


대한민국에서 백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잔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실업급여를 받아 백수기간 동안 누구보다 잘먹고 잘사는 기술, 가족들의 눈치와 사회의 시선을 벗어나 자신을 지키는 기술, 잠이 오지 않는 긴긴 밤을 가뿐히 보내는 기술 등등... 퇴사여행이 끝나면 '백수생활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보낼 수 있을까' 본격적인 계획을 세워 보려 한다.


눈치보며 살기엔 우리 그간 너무 수고가 많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실업자여!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

김무명의 백수생활은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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