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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Mar 05. 2021

전국축제자랑

김혼비-박태하 축제 탐방 에세이


2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뭐라도 해야 덜 불안한 실업의 상태였는데요. 글쓰기 강의를 찾아 헤매다 한겨레 교육센터에서 ‘박태하의 문장 강화’ 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6회 차 과정에 참여하는 내내 강사님이 매우 성실한 자세로 주어진 일을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오며 만난 사람 중 가장 바른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였어요. 과정이 모두 끝나던 날 수강생들과 모여 오랜 시간을 보낼 만큼 수업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했고요.     


그 후 고메북스에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며 박태하 작가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는 적은 사례비에도 일산까지 와주었고, 일곱 명의 글을 읽고 사려 깊은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입을 모아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작가님이 <아무튼, 술>을 쓴 김혼비 작가님 남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지요. 그가 믿음직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에 대한 피드백을 할 때 겸손하면서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조언해준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글을 쓸 땐 당시 들었던 조언을 떠올립니다.    

  

그런 박태하 작가님이 최근 <전국축제자랑> 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김혼비 작가님과 함께 전국 열두 개의 축제장을 다녀오고 나서 함께 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 어제 책이 도착하자마자 한 시간 남짓 읽고, 오늘은 일이 바빠 도무지 책 읽을 시간이 없는데도 자꾸 눈길이 갑니다. 도처에 봄바람이 불어서도, 광채가 도는 표지 때문도 아닙니다. 책을 열면 어느 시골의 왁자지껄한 축제의 포장마차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축제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어 껄껄도 아니고, 비실비실도 아니고, 낄낄 거리며 웃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이상한데 진심’의 실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기 마련’이라는 진부하지만 어쩌면 진리일지도 모르는 그 말에 대해 곱씹어 봅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어떤 사건이나 사람에게서 예상치 않은 울림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곤 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축제 현장 속 진심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가슴 찡한 메시지를 전달받습니다. 성실한 자세를 갖고 싶어 지고, 너그럽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것이 ‘진지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김 혼비·박태하’ 표 글맛의 영향이 아닌가 합니다.        


여행이 어려운 요즘, 우리 활자로 즐기는 축제에 참여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의좋은 형제 축제, 영암왕인문화축제, 영산포홍어축제, 의병제전, 밀양아리랑대축제, 음성품바축제, 강릉단오제, 젓가락페스티벌(?), 완주와일드푸드축제, 양양연어축제, 벌교꼬막축제, 지리산산청곶감축제 속으로 말입니다. 코로나 19가 지나가면 꼭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전문은 브런치 작가명 ‘탱님’을 검색해 주세요.)




그래, 사실은 알고 있었다. 때로는 어설프고, 때로는 키치 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 혼잡한 열정 속에 숨어 있는 어떤 마음 같은 것을 우리는 결코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그마저도 낡고 촌스러워진 ‘진정성’이라는 한 단어로 일축해 버리기에는 어떤 진심들이 우리 마음속을 계속 건드린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도 남들 못지않게 거기에 절망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또 때로는 비웃는 ‘K 스러움’도 결국은 그 마음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을.

- <전국축제자랑> ‘그건 정말 우연이었을까’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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