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마음에 새 살이 차오르도록.
아껴 꺼내보는 책이 있어요. 바로 엣눈 북스의 <검은 반점>이라는 그림책인데요. 주인공인 단발머리 소녀는 어느 날 양치를 하던 중 거울을 보다 오른쪽 눈 아래 검은 반점을 발견합니다. 그때부터 그 점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염없이 신경을 쓰게 되죠.
“사람들이 내 검은 반점만 쳐다보는 것 같아.
손으로 가려도 보고 마스크를 써보기도 했어.”
그럴수록 반점은 점점 커져 갑니다.
목욕탕에 가서 살갗이 붉어지도록 씻어도 보지만 반점은 지워지지 않아요. 자신과 닮은 점을 가진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또 그 점 때문에 그를 떠나보내기도 하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돼요. 누구나 조금 다른 모습으로 반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그 점으로 인해 세상이 더 다채롭게 빛난다는 사실을요.
“잘못 본 걸까?
세상이 반점들 때문에 빛나는 것 같아.”
이 책을 본 뒤 나약한 자신을 조금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상처와 결핍, 단점, 콤플렉스는 잘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때로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모습이 뜻밖의 좋은 모습으로, 내 개성으로 발현되기도 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고요.
스스로를 자주 원망하고 미워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어요. 꼭꼭 마음을 눌러쓴 문장이, 색연필로 섬세하게 그린 그림이 상처 난 마음에 새 살이 돋아나도록 도와줄 거예요.
글 정미진, 그림 황미옥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다고 해서 그림책을 구매하지 않으면, 작가와 출판사는 지속해서 좋은 책을 만들 수 없습니다. 좋은 그림책은 꼭 구매하여 읽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