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겨울, 꽁꽁 언 우리의 마음을 녹여 주는 따뜻한 홍차 같은 소설
제가 매번 책방에 오시는 분들을 붙잡고 추천하는 책이 한권 있어요. 바로 <그리운 메이 아줌마> 인데요. 미국에서 그림책 작가로 매우 유명한 ‘신시아 라일런트’라는 작가분이 쓰신 소설입니다.
주인공은 ‘서머’라는 고아 아이예요. 천덕꾸러기 신세로 여기저기 떠돌다 여섯살에 오브 아저씨와 메이 아줌마를 만나 함께 살게 되는데요. 두 분은 산속의 낡은 트레일러에 사는 처지이지만 서머를 그누구보다 따뜻하게 품어줍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사람의 행복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아요. 서머가 열두살이 되던 어느 날 갑작스레 메이 아줌마가 하늘로 떠나버리거든요.
오브 아저씨는 상심한 나머지 점점 삶의 의욕을 잃어 갑니다. 서머는 가만히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어요. 이때 이들의 곁으로 엉뚱한 행동을 즐기는 괴짜 친구 클리터스가 다가옵니다. 오브 아저씨는 클리터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눈을 번뜩입니다. 클리터스에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는 능력이 있다고 터무니없는 믿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예요. 아저씨의 성화 끝에 세 사람은 메이 아줌마가 늘 일을 하던 밭에 나가 영혼을 부르는 의식을 벌입니다. 하지만 아저씨의 기대와 달리 의식은 실패하고 말아요.
사건 이후 오브 아저씨는 더 깊은 실의에 빠집니다. 서머는 아저씨마저 잃게 될까봐 마음을 졸입니다. 또 다른 어느날 클리터스가 찾아와 메이 아줌마의 영혼을 만나게 해 줄 심령교회가 있다는 말을 꺼내게 됩니다. 오브 아저씨의 눈은 또 한번 희망으로 반짝입니다. 결국 세 사람은 또 다시 그곳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요. 과연 이 세 사람은 메이 아줌마 영혼과 만날 수 있었을까요?
이 책의 진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오브 아저씨도, 서머도 깊은 슬픔의 늪에 함몰되기 직전에 서로를 구해내는 장면이 극적으로 그려져요. 그 힘은 서로를 향한 진실한 사랑으로부터 나온 것이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친척들중에서도 유난히 가까이 지내는사촌동생 윤주(가명)가 생각났어요. 동생은 복잡하고 아픈 가족사를 끌어안고 살아왔지만 누구보다 착하고 바르게 성장했습니다. 항상 자신의 주장을 세우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주는 배려 넘치는 어른으로요. 그런데 그녀의 문제는 참는 다는 것에 있습니다. 켜켜이 쌓인 상처들을 터트리지 않고 안으로 켜켜이 쌓아 둔 것이죠. 그래서 마음에 병이 들었습니다.
윤주에게 더이상 참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울고 싶을 땐 그냥 울고, 투정을 부리고 싶을 땐 마음껏 투정을 부리라고요. 그래도 괜찮다고 말이예요. 그리고 윤주의 곁엔 그녀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모양의 슬픔과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특히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슬픔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책은 두께가 얇아 한시간 남짓이면 완독을 할 수 있는데요. 다 보고나면 짧은 영화 한편을 본듯한 기분이 듭니다.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는지 말해주는 책인만큼
우울감을 느끼거나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과거의 사건에 얽매여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에게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야무진 꼬마 서머와 겉모습은 거칠지만 품이 넒은 오브 아저씨가, 사랑 넘치는 메이 아줌마가 읽는 이를 향해 손을 뻗어 아픈 상처를 치유해 줄겁니다.
이 책은 너의작업실에서 그림책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이화정 작가님 추천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