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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Sep 26. 2021

연천에 자리한 책방 오늘과 내일

탱님의 책방 밖 일기 2021.09.25

보통은 월요일에 쉬어요. 어제는 옛 직장 후배가 춘천에서 결혼을 하는 날이라 콩님이 책방을 봐주기로 했죠.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춘천행이 갑자기 취소되었어요.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 홍님과 연천을 가기로 뜻을 모았어요. 그곳에 '오늘과 내일'이라는 책방이 있거든요. 어쩌다 인스타로 보게 된 곳인데 제가 상상하는 미래의 너작과 닮아보였어요. 제 또래의 부부가 운영하는 2층 시골집. 매일 빵을 구워 손님들을 맞이하는 곳.


게으름을 피운 탓에 오후 다섯 시쯤 그곳에 도착했어요. 큰 도로를 벗어나 깊이 들어가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도로 옆에 있더라고요. 여기 위치는 별로라며 뒷말을 하고 그곳 마당에 들어섰는데....이제 사료 맛 좀 알만한 고등어 아깽이 한 마리가 까불거리며 2층 계단을 내려오더라고요. 근데 요놈이 너무 귀여워서 만지려고 하니까 냥 펀치를 날리는 거예요. 아직 손톱이 여물지 않아 할퀴어도 그다지 아프지 않은 솜방망이를 가진 귀요미주제에.

아깽이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그 계단 위에서 흰색 원피를 입은 사장님이 웃으며 어서 오시라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며 우와아~ 하고 탄성을 질렀죠. 책방이 예쁘고 갈끔하고 아담하고 창 너머로 시골 마을 푸름이 펼쳐지니, 제가 꼭 상상하던 미래의 너의 작업실이었어요.


카운터와 주방이 있는 거실을 중심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는데, 왼쪽엔 판매용 책들이 진열되어있고요. 오른쪽엔 근엄한 얼굴을 가진 회색 페르시안 고양이가 잠자고 있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있어 책 읽으며 쉬기 좋아 보였어요. 근데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다름아닌 그곳 인턴님이었습니다. 사장님의 남편이시기도 한데 실제 그 공간을 인턴님이 꾸려가시는 듯 보였어요.

"어서 오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흔한 말이었는데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너무나 깊은 진심이 느껴졌어요. 말한마디에 담겨진 단단한 힘같은 것이요. 사람을향한 환대란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날 아쉽게도 빵이 모두 떨어져 커피만 주문한 뒤 (책 읽기를 싫어하는) 홍님은 오른쪽 방에, 저는 서가가 있는 책들을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책은 많지 않았지만 좋은 책들이 많이 보였어요. 몇 권의 책을 골라 홍님에게 다시 갔는데 사장님이 음료와 청귤을 주시며 말씀하셨어요. 마당에 있을 테니 필요하면 부르라고요. 주인이 손님한테 책방을 맡기고 어딘가로 가버리는 모습, 익숙하면서도 내 스타일이다 싶었어요. ㅋㅋ


폭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 앉아서 홍님에게 연신 말했어요.

"나 여기 살고 싶어. 여기가 우리 책방이었으면 좋겠어."

홍님은

"아까는 위치가 별로라며?"

자꾸 제가 흘린 말을 상기시켰죠. (얄미워요.)


 한 시간쯤 앉아있다 책을 계산하기 위해 인턴님을 불렀어요. 책방을 해보면 자꾸 말 거는 손님이 힘들 때가 있거든요. 특히 머릿속에 해야 할 일들이 넘쳐날 때요. 요즘 저는 특히 그런데 인턴님은 제가 던진 질문 하나하나 웃으며 유쾌하게 대답을 하시는 거예요. 저는 가끔 가식을 떨어요. 머릿속이 복잡한데 형식적인 친절을 행하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이런 찐 친절이 있지? 늘 어디서 보던 거랑 다른 거더라고요. 왜 우린 알잖아요. 딱 봐도 가짜인지 진짜인지.

북스테이는 어떻게 이용하는 거냐 물으니 인스타그램 디엠 주면 된다고 하네요. 혹여 일요일 체크아웃을 할 경우 자신들이 교회에 있어 배웅을 못할 수 있으니 가급적 피해 달래요. 북 스테이 홍보는 거의 하지 않으시는 걸로 보아 비공식으로 운영하시는 듯했어요. 돌아와 추가로 알게 된 건, 사장님은 재인폭포에서 평일엔 일을 하시고 인턴님은 목사님이며 공동체를 위한 삶을 지향하고 계신다는 것이었어요. 서울에서 연천으로 귀농한 지 4년, 책방을 연지는 1년 되었대요. (탱님은 호구조사 전문가 "^^;;) 음료와 빵 가격 또한 너무 착해요. 가격도 왜그런지 저는 알것도 같아요.


인턴님이 보여주신 친절 잊지 않고 자주 생각할 거예요. 그리고 손님들한테 되도록이면 가짜 친절은 보여주지 않을래요. 자꾸 연습하다보면 나도 곧 인턴님처럼 진짜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멀지 않은 날, 쉬고 싶을 때 여기 북 스테이 가려고요. 하루 종일 책 읽고, 얼굴이 빵빵하게 갓구운 빵 먹고, 고양이랑 놀고, 평화누리길 걷고, 근처 맛집 두부조림 먹으면 딱이겠어요. 무엇보다 인턴님 말끝마다 환하게 웃으시는데 그게 중독성 있어서 모시고 이런저런 이야기 듣고 싶어요. 책방 운영하면서  참 많이 다녀보게 되는데, 제 마음속 1등은 바로 이곳입니다. 책방의 안과 밖 모두 진심으로 환대하는 얼굴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예요.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인데요. 한번 가셔서 확인해 보시겠어요? 후기를 기다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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