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얼리고 보는 거야?
글쓰기 BGM은 여행스케치 -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정자와 난자도 나이를 먹는다.
고 생각한다. 늦둥이로서 그렇다고 생각할 만한 심증이 있다.
나는 나이 든 아빠의 모습을 닮았고, 오빠는 젊은 시절 아빠의 사진의 빼박이다. 나이 든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가 만나서 만들어졌다. 고로 정자와 난자도 본체와 함께 나이를 먹는 것 같다.ㅎㅎ
그래서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냉동 난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제 주변에서도 일단 난자를 얼리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산부인과에 정기적으로 검진받으러 갈 때, 붙어있는 광고 포스터를 보면서 나도 이제 냉동할 타이밍이 된 게 아닐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얼리면 가격이 얼마나 하려나.' 하는 중에 지하철 광고에서 냉동 비용을 3년간 시에서 지원한다는 광고를 보고 거의 신청할 뻔했다.
하지만 과배란 주사를 맞고, 그 부작용을 겪을 생각을 하니 또다시 고개가 절레절레. 결혼할 생각은 없으면서, 난자부터 얼리려고 한다. 이럴 거면, 정자은행이 합법인 나라에 가서 임신하고 오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 맞다. 그게 더 비싸지." 그런데 결혼하면, 내 삶의 질을 유지하고 아이를 키울 상황이 되나? 내 삶을 희생할 자신이 있나? 그런 마음의 준비는 출산하면서 자동으로 생기는 건가.
나는 아이를 좋아한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고, 갈수록 아이들을 보면 더 예쁘고 귀엽고 그런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출산과 자기희생 사이에 선택해야 한다면 확실히 어느 쪽으로 선택할 자신은 없다. 아직 내 삶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많은 사람이, 아이가 태어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지금, 이 세상도 제대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벌써 이 세상을 닫으라니. 좋은 의미의 조언일 텐데, 내 귀에는 야속하게만 들린다.
나중에 임신하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조금 고생하더라도 냉동시켜 놓고 필라테스 1년 치 끊었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려나. 그런데 나중에 그 난자로 임신하려고 시도했지만 잘되지 않으면? 그 난자와 상관없이 자연임신이 되면? 혹시 아예 임신할 일이 내 인생에 생기지 않으면? 그냥 필라테스를 더 열심히 하고, 비싼 저속 노화 식단도 같이 열심히 해서 내 몸이 더 건강하도록 관리하는 게 현명한 거 아닐까? 난임 병원 의사들이 들으면, 무식한 소리 한다고 하려나.
몇 년 전에 방송인 사유리 씨가 외국에서 정자 기증을 받고 혼자 임신해서 아이를 출산했다는 기사를 읽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데, 혼자서 아이를 낳아서 기를 결심을 한다니. 내가 사유리 씨만큼 여유 있다면 나는 혼자 낳아서 기르고 싶을 정도로 아이를 원하나? 생각하면 그건 또 모르겠다. 그냥 노후에 내가 너무 외로울 것 같으니까 노후 대책으로 아이를 낳겠다고 한다면, 건 그 아이에게 너무 잔인하잖아.
내 마음 나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