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글쓰기 BGM은 바이브 - 그 남자 그 여자 (feat. 장혜진)
대한민국 출산율 0.7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죄인이 되는 기분이다.
출산을 못하면 매국인가 싶도록 가스라이팅이 되었다.
나도 많은 이들도 비혼주의가 아니다. 아직 그런 사람을 못 만났거나 출산할 상황이 안 되는 것뿐인데, 온 사회가 문제라고 떠들고 있다. 좀 많이 부담스럽다. 이렇게 낮은 출산율이 우리 잘못만은 아니잖아. 나라가 사라지는 건가. 이민을 가야 하나. 그런데 지구촌 전체가 혼란해서 뭐 어디를 가도 기가 막히네.
격동의 한국이었다. IMF가 터지고, 국민학교가 초등학교가 되었고, 초등학교부터 영어 수업을 하기 시작했고, 각 가정에 컴퓨터가 생겼고, 중고딩이 폴더폰 이모티콘으로 사춘기를 보내고, 소녀시대에게 소원을 말하고, CD player, MP3, 아이팟, PMP 그리고 최종 보스 화면을 터치하는 핸드폰이 그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다 흡수하고.
참 풍성하고, 격변하는 10대를 겪으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전 세계 10대 강국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누렸던 우리의 30대가 부모세대의 30대보다 빈곤하다. 주머니 사정만 빈곤한 게 아니다. 마음도 생각은 통장보다 더 빠르게 비어 간다.
더 배고프던 시기에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래층, 위층에 누가 사는지는 알고 살던 시절이 있다. 범죄에는 동기가 있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나부터도 이웃사촌이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도 모르고 산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더 이유 모를 화가 늘어간다.
내 삶의 모토는 ‘나로 인해서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해진다면, 그것으로 내 역할은 충분하다.’였다. 10대부터 내 삶의 좌우명이었는데, 20대 30대를 지나면서 너무 비 현실적인 말이 되어버렸다.
살만한 세상이라니. 좌회전 차선에 잘못 서있던 나를 끼워주는 직진 차선의 차주를 보면 순간 ‘그래 아직 살만한 세상이다.’라고 생각했다가 음주 역주행 운전차량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다시 불신 지옥에 빠지는 현실이다.
얼마 전 생물학자 교수님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사실 동물은 개체 번식에 대한 본성 때문에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은 너무나 쉽고, 줄이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한다. 그 어려운걸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들이 이뤄내고 있는 걸 보면, 참 인간세상이 동물의 왕국보다 살기 편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
본능에 역행하며 살아가는 인간세상은 어떻게 보면 참 잘 관리되어 왔다. 그런데 그 관리의 방향성이 살만한 곳으로 가 아니라, 배부르게 더 배부르게 배가 터질 것 같아도 더 배부르게의 방향인 것에서 문제를 찾아볼 수는 없을까.
결혼 안 하고 혼자 살면 어쩌려고 그러냐. 나중에 외로워서 안된다. 너 혼자 남는다. 그러더라. 맞다. 나도 가끔 걱정이 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혼자 남을게 무서워서, 누구든 만나서 결혼하는 목표를 세울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아직 결혼해서 행복할 자신이 없는데? 그리고 이런 마음으로, 때가 되었으니까 도피하듯이 하는 결혼이 과연 더 나은 삶을 약속할 수 있을까?
남자든 여자든 서로 다 믿고 다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이렇게 힘들 일인가. 아니 사실은 다시 실패하는 게 싫어서, 도망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멀쩡하게 연애하고, 헤어지고, 또 연애하고 결혼하던데. 나만 뭐 이렇게 힘든 건지. 하고 있으면 또, 미혼율이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서 위안이 되다가. 그 미혼율에 내가 괜히 보태고 있는 것 같아서 죄의식이 느껴지더라.
미안함에 기름 뿌리듯이 정부에서는 결혼 안 하는 나이 든 청년들은 알아서 살라고 각종 혜택에서 점점 소외시키더라. 섭섭하게.
하기 싫은 게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거다. 그런데 이제 어디 물어보기도 좀 민망한 나이가 되어가니, 고민 상담할 곳도 점점 사라진다. 애 안 낳을 거면 결혼 왜 하냐. 분가했으니 이제 결혼해야지. 대한민국은 로드맵이 정해져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생각 없이 살기 참 좋은 나라다.
인구 증가에 기여하지 못하지만, 개미는 뚠뚠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을 사회 구성원에서 조금씩 제외시킨다는 생각은 기분 탓인가.
알고리즘은 내 생각을 듣고 있는 것인지, KBS 추적 60분 영상이 추천에 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은둔 청년과 노인이 된 어머니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