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을 것 같은 나의 취향도 어느덧 이렇게 바뀌어간다.
이젠 책을 읽으려고 해도 밖으로 나서야 한다.
예전엔 방 밖에서 동생이 혼나고 있든 티브이에서 쩌렁쩌렁 누가 노래를 하든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페이지를 넘기기 바빴는데.
이젠 귀에 닿을 듯 말듯한 음악소리가 배경으로 깔려있는 한적한 카페나 공원을 찾고 자리를 잡아야 페이지가 구름 흐르듯 넘어가니 말이다.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더 유약한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때의 책과 지금의 책이 조금 달라서 그런가 싶다.
전에는 뭐가 그렇게 격렬한 게 좋았는지, 자극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추리소설이나 상상으로도 벅찬 공상 과학 소설을 손에 쥐고 있었다면,
지금은 덤덤한 말로 하루를 읊어가는, 그러면서 오늘의 구름을 보고 바람을 기억하는 담백한 산문을 쥐고 있는 편이니 말이다.
그 때문인지 전에는 항상 장편 소설책에 이름이 쓰여있는 나를 상상해 왔었지만
이제는 조금 얇은 시집이나 산문집에 이름이 쓰여있는 나를 기대하고 있다.
전보다 더 한걸음 내디딘 것 같기도,
전보다 더 한 모금 옅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어김없을 것 같은 나의 취향도 어느덧 이렇게 바뀌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