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8일

개같이 벌어도 정승같이 쓰랬다

by 제밍





백오십만 원을 넘게 썼다, 하루 반나절만에.


작년쯤인가 미니멀리스트를 실천해 보겠다며 호기롭게 구매한 원형 테이블은 원형 그대로 켜켜이 쌓이는 짐들과 함께 처분하고 그 자리를 채울 다시 네모반듯한 책상과 의자를 새것 같은 중고로 사고, 다들 잠든 새벽부터 아침이 터오는 시간까지 무거운 짐을 나르며 이동하는 아빠가 지난번부터 갖고 싶다 하던 스마트 시계를 사드리고,

고장난지 일 년이 넘었지만 어찌어찌 외면하고 있던 노트북을 대신할 컴퓨터도 사고. 렇게 이것저것 사다 보니 카드를 건네줄 때마다 날아와 꽂히는 결제내역문자가 그렇게 빠를 수가 없다.

백오십이 통장에 꽂히려면 길고 긴 한 달의 절반정도는 졸린 눈을 비비고 새벽바람을 가르고 출근했어야 했는데, 쓰는 데에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괜히 새삼스러우면서도 속이 좁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 다 돈을 쓰려고 돈을 번다고, 개같이 벌어서 허투루 쓰지 않았으니까, 정승처럼 썼으니까 속 좁은 기분도 금방 사그라들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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