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아무것도 없는, 그런 빈 날.

by 제밍






오랜만이다, 아무것도 없는 날은.
정말 미리 정한 약속도, 갑자기 생길지도 모르는 번개도, 하려고 미뤄둔 일도. 깔끔하게 아무것도 없는 오롯한 주말이 대체 얼마만인지.
당장 지난주 주말에만 해도 기차 여행 일정도 있었고, 줄줄이 약속에 해야 하는 급한 일들에 어제까지 정신이 없었는데.
멍하니 베란다에서 비 오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실감이 났다, 오늘 완벽하게 쉬는 날이라고.
원래 집에서 가만히 에너지를 충전하는 성향이라 약속을 그리 많이 잡고 나서는 편은 아니었지만 두세 달 전부터는 될 수 있는 대로 바깥으로 나돌았기에.
그렇게라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를 버틸 이번 주 전용 희망을 가지고 있어야 버틸만했었어서, 그 짧은 희망이 이번 주 삶의 전부인 양 굴면서 그랬다.
매주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들뜨는 희박한 확률의 로또냥.
그렇게 한동안 지내다가 다 맞이하는 오롯이 쉬는 날이란, 자각하고 나니 어색하고 뭔가 어정쩡한 기분이 들지만. 나쁘진 않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에 저런 날 정도이지 않을까 오늘은.
내일은 또 뭐가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저런 날로 보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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