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m 조금 모자라게 걷고 또 걸었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 버스 정류장을 지나 굴다리를 따라가면 주변에 막힌 건물 없이 쭈욱 늘어선 산책길을 따라서.
딱히 어디로라던지, 어디까지라던지 목적은 없이 얇은 패딩하나 걸치고 나서는 걸음이 너무 대책 없나 싶지만.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조금 걷기 시작하니 시야에 들어오는 먼저 걷고 있던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음이 보였다.
천천히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어르신분들, 그저 옆에 흐르는 강물만을 보고 따라 걷는 아저씨,
조금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쉬다가를 반복하는 아주머니.
모두들 명확한 목적지를 가지고 있는 걸음은 아니었으니, 그저 이 시간에 자신이 내디딜 수 있는 걸음만큼을 걸을 뿐.
그러다 힘이 들면 망설임 없이 다시 온 길을 돌아가는, 그뿐인. 그래서 나도 그렇게 목적 없이 걸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시던 어르신분들의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물이 가까이 보고 싶어 져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 강물을 따라 걷던 아저씨의 길을 따라 걷고.
올겨울 얼굴에 닿았던 차가운 바람 중 오늘의 바람이 가장 기분 좋다고 생각하면서.
다음엔 얼마나 내디딜 수 있을까, 더 멀리 가서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을까, 더 멀리 가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쉬더라도 그땐 어떤 바람이 얼굴에 닿을까.
벌써부터 다음 목적 없는 걸음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