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 숲 Jun 03. 2020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안에 박힌 가시를 빼내는 일

사춘기 소녀가 그랬듯이 오늘도 글을 쓰며 나의 안부를 묻는다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른다. 질풍노도,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이르는 말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시기는 마치 태풍의 소용돌이를 맞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일이다. 세상은 맑고 행복한 곳이라 믿었던 어린아이의 신뢰가 깨지고 사실은 친구들과 자신의 출발선은 똑같지 않으며, 그에 따라 살면서 만나는 대부분이 불평등할 것임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사춘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 집에는  피아노가 없을까’, ‘다른 친구들처럼  핸드폰을 가질  없을까’, ‘연휴 때마다 해외여행을 가면 얼마나 행복할까 같은 생각이 자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물줄기가 모여  강을 이루듯이  의문은 점점 가족에 대한, 사회에 대한, 세상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정체를   없는 분노를 마음속에 가득 담아두고 살던 어느 , 우연한 기회로 글쓰기 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국어 선생님께서 지역 문인협회에서 실시하는 백일장 대회를 소개해주셨고 주말에 심심했던 나는 친구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다.

백일장 대회의 시제는 ‘선인장이었다. 선인장의 이미지를 곰곰이 떠올리자 날카롭게 가시 돋친 모습이 세상에 담을 쌓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변해가는 나를 바라보고 있을 ‘엄마 떠올랐다. 그때 나는 어리석게도 가난했던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차마  밖으로  마음을 꺼낼  없었지만 아마도 엄마는 누구보다  마음을  알고 계셨을 것이다. 이내 마음은 먹먹해졌고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고 내면에 숨겨왔던 이야기를 글로 적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뾰족하게 가시  선인장을  끌어안고 있는 엄마를 심정을 이해하며 눈물지었다.

  내가  글은 고등부 장원으로 선정되었고 학교 교지와 지역문단 책자에 실리게 되었다. 모성애에 대한 내용을 읽고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께서 엄마를 떠올리게 되었고 감동을 받았다는 후기를 들려주었다.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은 빨개지고 손을 내저었지만 내심 누군가가  글을 읽어주었다는 사실이 기뻤고, 아무도 몰라주던  마음을 쓰다듬어   같아 고마웠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타인에게 위로를 건네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어 왔던 내면의 소리를 글로 표현하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을 통해 무거웠던  마음도 한결 가뿐해졌다.

 이후 나의 사춘기 시절은 대부분 글로 기록되었다. 지난날의 아픔과 추억을 회상하며, 지금의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며, 미래의 목표와 꿈을 노래하며 글을 썼다. 글쓰기는 흔들리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견딜  있게 해 준 수단이자 나를 지탱해주는 단단한 뿌리였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안에 박힌 가시를 빼내는 일과 비슷할지 모른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게 하고 보이지 않는  실체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과정이다.  과정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만이   있는 행위이다. 사춘기 소녀가 그랬듯이 오늘도 나는 글을 쓰며 나의 안부를 묻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에서 쓰기 시작한 나의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