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빛과 소리와 내음을 손바닥만 한 구슬에 고스란히 담아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소에 갈 일 없던 낯선 도시를 가게 되었고, 바다 근처까지 와서인지 발길이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기어이 이런저런 핑계를 주렁주렁 매달아 부산으로 향했다.
수억 개의 모래알들 위해 혼자 앉아 가만히 파도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나를 이곳까지 이끈 건 그저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 어쩌면 나에겐 어떤 이익과 대가가 따르지 않는 시간이 더 절실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꾸준히 성실하게 움직이면 원하는 곳까지 다다를 수 있나.' 쉴 틈 없이 밀려오는 물결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자꾸만 제자리인 파도의 흔적이 안타까워질 찰나, 순식간에 바닷물이 내 샌들을 흠뻑 적시고 돌아갔다. 의심으로만 가득한 내 표정을 읽은 걸까. 내게 찬물을 확 끼얹고 유유히 사라진 포말을 보며 미소 지었다.
누구와 약속할 겨를도 없이 훌쩍 떠난 여행의 대부분이 이런 종류의 시간이었다. 지그시 바라보다 생각하고, 유심히 관찰하다 떠올리고, 멍하니 넋 놓고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시간들.
바다는 내 삶의 여백에 잠시 들어온 게 아니라, 내 삶에 여백을 그려 넣어주었다. 온전히 혼자가 되었던 이 여행이 왠지 살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문득 떠오를 것 같다.
바다의 빛과 소리와 내음을 닮은 위로를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