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의 숲 Oct 29. 2021

사소하고 유약한 존재들에게 자꾸만 눈이 가는 건



하루 종일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었다. 장난감 블록처럼 생긴 아기자기한 상가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우리는 지난 추억을 사진 펼치듯 하나씩 늘어놓았다.  마디만 나누어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날들.  시절을 함께 했기에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그날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요즘 어떻게 지내, 하고는 대화의 주제가 현재로 바뀌면 그때와는 다른 말들이 오고 갔다. 집값이 오르고 주식은 떨어지고, 그래서 돈을 얼마를 벌었고 얼마나 놓쳤는지. 테이블 위에 각자 알고 있는 재테크 수단과 경험들을 하나씩 올려놓았다.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그러면서도 그간 열심히 아끼고 모아서 만든 결실을 적당히 내비치며 각자의 말을 이어갔다. 그건 사진을 펼쳐 놓으며 추억을 떠올리던 때와 달리 서로의 수를 읽고 읽히는 카드 패와 같았다. 하필 이런 주제로 대화가 마무리되었을까. 발길을 돌려 헤어지는 순간이 왠지 씁쓸했고 쓸쓸했다. ​


돈이라는 건 세상이라는 땅 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꼿꼿이 버틸 수 있도록 해 주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니까. 가난해서 꿈을 포기했고 사랑을 이룰 수 없었다는 말들이 어릴 적에는 핑계로만 들렸는데, 이제는 그 사실이 사람을 어떤 식으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지 안다.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만 나누다가 왔더라면 더 좋았을걸. 아쉬움을 한 가득 안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 카드를 찍으려고 하는데 그 옆에 해바라기가 한 아름 걸려있었다. 생기도 향기도 없는 조화였는데 그 꽃을 보자마자 마음이 뭉근하고 뜨끈해졌다.

언젠가 꽃집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집들이 선물로 꽃다발을 사러 갔는데 해바라기는 금전운이 들어오게 하는 꽃이라며 꽃집 아주머니께서 해바라기 한 송이를 덤으로 넣어주셨다. 아마도 버스 아저씨는 이 버스에 오르고 내릴 수많은 승객들에게 그런 기운을 나누어주고 싶으셨나 보다.

'이토록 작고 사소하고 것들에게 자꾸만 눈이 가는 건 어쩌면 이들에게서 충분히 행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인공으로 만들어진 차가운 해바라기에서도 이렇게 따스함이 느껴지는데. 너무 먼 곳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곁에 있는 유약한 것이라는 이유로 소중한 존재를, 시간을, 사람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수많은 것들을 갖게 되고 넉넉해져서 결국  세상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있게 될지라도, 소중한 존재들이 없다면 생을 다한 고목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 ​


들꽃처럼 빛나는 그들이 있어 환하게 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원인을 찾자면 바로 어제가 문제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