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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Oct 26. 2021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

세일러문 다시 보는 어른 여자


여자라면 누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절대 지존의 마법소녀 세일러문을 알 것이다.

내 또래의 여자들은 어릴 때 세일러문을 보고 자라 그림으로도 많이 그리고 만화에 나오는 아이템도 많이 샀을 테고 세일러문이 되고 싶었던 여자애들도 많았을 거다. 아마 세일러문을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만화가 시작되는 시간이면 환장하며 봤다. 어린이의 망상으로 세일러문처럼 또는 영화 '마틸다'의 주인공처럼 내게도 마법이 숨겨져 있을 거고 그걸 아직 발현만 안 했을 뿐이고 내 미래 남자 친구와 남편은 마모루와 같을 것이라며 꿈꿨다. 세일러문은 10대의 세일러 전사 소녀들이 나와서 각자의 마법으로 악의 세력에 맞서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며 하는 손동작과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로 시작하는 주제가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에 뭐 볼 거 없나 하고 돌려보다가 '세일러문 이터널' 전편, 후편이 새로 뜨게 된 걸 알고서 '말도 안 돼!' 하며 내 유년기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감격스러운 기분으로 보게 되었다.

보고 싶었어 세일러문.


나는 가져보지 못했던.....탐났던 세일러문의 아이템들


몇십 년 만에 어릴 때의 최애인 세일러문을 다시 보게 되다니, 오랜만에 오글 토글 하며 봤다. 이 나이에 보는 건 정말 웃긴 일지만 어릴 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좋았다. 그때가 참 좋았는데 하며 지나간 시간과 나이 먹은 요즘에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초등학생 때 세일러문뿐 아니라 웨딩피치, 카드 캡처 체리, 천사소녀 네티 등 정말 좋아했는데 역시 이런 일본 만화들은 여자아이들의 마음과 심리를 참 잘도 꿰뚫어 본다. 만화에 나오는 화려하고 예쁜 아이템들은 너무나도 탐이 났지만 부모님이 안 사주셔서 난 한 번도 주인공이 쓰는 소위 '마법봉'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때 가지지 못한 게 한이 되어 지금까지도 나이에 안 맞게 캐릭터를 좋아하는 걸까 ><



왓챠에 있는 빨간망토 차차와 카드캡쳐 체리. 천사소녀 네티도 풀어줘요


가끔 넷플릭스에서 만화를 보는데 '토토로'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만화를 좋아한다. 최근엔 '귀를 기울이면'과 '바다가 들린다'를 봤는데 만화를 이렇게 현실감 있는 영화같이 연출한 지브리 스튜디오는 정말 천재 같다. 

오랜만에 본 세일러문 때문에 넷플이나 왓챠에 또 다른 만화가 없는지 검색하여 왓챠에서 '빨간 망토 차차'와 '카드 캡처 체리'도 봤다. 이제 넷플, 왓챠 둘 중에서 '웨딩피치'와 '천사소녀 네티'를 풀어주면 되는데 그때까지 기다려본다.


실제로 보면 더 귀여운 헬로키티 마우스패드


어린 시절은 소중하고 다시 돌아가고도 싶은 시기라 그런지 성인이 되고 난 후의 기억보다 더 생생하다. 생일이면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파티를 하고 놀이터에서 무리 지어 놀고 학교 운동장의 흩날리는 흙까지. 그래서 이런 류의 만화들은 잔잔하게 내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지금도 간직할 수 있는 꿈에 감사하며 잘 본거 같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의 나보다 더 용기 있게 행동하고 싶다.


최근에 마우스패드가 오래되어 새로 뭘 살까 검색을 하다가 애기 때 좋아했던 헬로키티 마우스패드가 급 사고 싶어졌다. 초록색 검색 칸에 헬로키티 마우스패드를 적고 결제 완료했다. 엄마는 배송 온 마우스패드를 보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네가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보구나...'라며 씁쓸하고 웃프게 말씀하셨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벌써 결혼하고 애기도 있지만 엄마, 저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들어갔잖아요. 열심히 일하고 명예를 쌓겠습니다... :)


어릴 때 내 미래 부부상


몇 년 전부터 레트로 복고 감성이 떠오르면서 인터넷에 세일러문 주인공들이 입고 나오는 패션이 다시 화제가 된 적 있었다. 30년 전 패션이지만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어 길거리 나가도 보이는 초커, 뷔스티에 등 요새 어린 학생들도 입는 핫한 패션이다. 역시 패션은 돌고 도나보다.


나는 밤 벚꽃과 밤하늘의 별과 달을 올려다보는걸 참 좋아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별이 많네, 오늘은 달이 손톱처럼 예쁜 초승달이고 오늘은 꽉 찬 동그란 보름달이네! 하지만 이제 달을 보면 문 크리스탈 파워 세일러문이 생각날 것 같다.

그 시절만큼 세일러문의 변신을 두근거리는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마법 공격할 때의 손동작을 새삼 따라 해보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세일러문, 멋쟁이 세일러 전사들은 동심 찾기와 추억 회상용으로 손색이 없다.



지금의 내 헤어스타일과 똑같은 세일러문 새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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