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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Oct 20. 2021

마키의 세포들

<유미의 세포들>의 My 버전


금, 토요일 드라마로 내가 좋아하는 김고은 주연의 '유미의 세포들'이란 드라마가 한다. 이 드라마는 원래 이동진 작가의 웹툰으로 5년 넘게 연재하면서 인기를 얻어 네이버 웹툰 1위를 하기도 했다. 작가는 남자인데 어떻게 여자의 심리를 잘 알고 꿰뚫어 볼까 신기해하며 정말 재밌게 봤던 웹툰이다. 연재가 끝나 너무 아쉬웠는데 드라마로 실사화한다고 하여 기대했던 작품이다. 주인공 역할에 김고은이 물망에 오르며 유미와 김고은이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나름 김고은의 매력으로 유미를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유미의 전 남자 친구들인 구웅과 바비까지 캐스팅 완벽하다. (바비 역할의 갓세븐 진영 찰떡이야..) 웹툰의 원작을 살리면서 드라마 최초 실사로 3D 애니메이션까지 조합해서 공감 가능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유미라는 사람 안에 다양한 자아들이 세포 친구들로 나오는데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국판 웹툰 버전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출출이 세포, 사랑 세포, 의심병 세포, 세수 세포, 응큼이 세포, 패션 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이 상황에 따라 여러 행동들을 취한다. 아주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웹툰이다.

주인공은 세포들에 응원받고 조언 듣고 위로를 얻는다. 그래서 '유미의 세포들'은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인 어른이들에게 딱 필요한 만화이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


특히 유미의 직장생활이나 연애할 때의 상황을 보면 모두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 공감 갈 것이다. 기분이 언짢아도 겉으로는 웃어야 하는 회사에서의 또 다른 자아와 연애할 때 남자 친구의 여사친을 거슬려하고 남자 친구와 싸우고 서운한 모습 등 누구나 다 한 번쯤 겪었을 내면의 갈등을 잘 표현한다. 지난 연애의 실패로 유미안의 사랑 세포는 눈물에 휩쓸려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지루했던 일상에 새로운 남자 친구 구웅을 만나면서 사랑 세포, 패션 세포, 불안 세포 등 활력을 얻어 각자의 역할에서 자기의 본분을 다한다. 유미는 남자 친구의 여사친인 새이를 신경 쓰고 불안해하는데 나 또한 연애하면서 겪었던 문제이고, 또 반대로 새이 입장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유미는 대한 국수라는 회사에서 재무부 대리로 일하고 있는데 취업하기 전에 글을 쓰는 작가를 꿈꿨다. 공모전에 떨어져 꿈이 좌절되면서 회사에 취업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 작가 세포가 다시 스멀스멀 깨어나기 시작한다. 누구나 이 드라마를 보는 여자 사람이라면 유미와 본인을 동일시하며 '어머어머 맞아 맞아!' 공감할 텐데 나 또한 유미를 보면서 닮은 구석을 발견한다. 애교가 없어 여우 같은 친구에게 코칭을 받고 스트레스받으면 매운 떡볶이를 먹는 등 유미의 현 상황이나 많은 부분들이 꼭 지금의 나 같다. 요샌 스트레스받으면 매운 음식 대신 초코초코 한 단 걸 찾게 되는데, 아오 지금 단 게 당기네~! ^.^


떡볶이 먹고 싶다..


난 어릴 때부터 국어 특히 언어에 많이 약했다. 언어가 형성되는 애기 때 외국에서 살다와서 그런가 언어영역을 참 많이도 못했다. 비유와 은유를 써가며 돌려서 하는 말에 사지선다 중 정답을 골라야 하는 게 어려웠다. 차라리 공식을 풀어 심플하게 답이 나오는 수학과 과학이 쉬웠다. 내가 좀 투명하고 단순한 면이 있긴 하지..

한 예로 일반 중학교에서 예술고등학교로 시험 쳐서 들어갔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적성검사를 한 적이 있다. 다른 친구들은 예술계 쪽이 나온 반면 나는 예술계 성향은 적고 오히려 약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는다고 나왔다. 당시엔 오랜 시간 미술을 한 내게 충격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차라리 예고를 그만두고 약대 준비를 했어야 하는 건데.. 하며 웃픈 후회를 한다. 시간이 지나 학생에게 주어지는 입시공부를 끝내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읽고 싶은 심리학 관련 책이나 시집, 소설책을 읽었다. 그러다 보니 내게 없는 능력인 글을 자유롭게 잘 쓰는 작가들을 부러워하게 되었고 동경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도 글을 읽고 쓰는 게 싫어 (못해서 피했던 것도 있던) 논술도 피했던 나인데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쓸 줄이야 사람 인생은 정말 모를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아마추어에 문맥도 단어도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 부끄럽지만 내 감정을 글로 쓰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미술을 전공한 내가 작품으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그 안에 많은 함축적인 철학과 인문학을 담아내야 했다면, 그림 그리는 시간 대신 이렇게 담담히 글로써 대신한다.

그러면서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난 건물주가 되고 싶어'와 같이 '어떤 책이 될지 몰라도 언젠가 책을 내게 된다면 멋있겠다. 좋겠다'라는 허무맹랑한 꿈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다. 실제로 책을 출판하든 안 하든 이런 막연한 꿈이 생겼다는 게 너무 좋다. 그래서 유미를 보면서 늦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글 쓰는 작가의 꿈을 이루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내게도 작가 세포라는 게 있는 거겠지?


드라마를 보면서 다양한 세포들이 열 일하는 내 몸속에

'나의 이런 부분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구나'

'걔의 그런 부분이 그렇게 만드는구나'

하며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유미의 세포들'은 시즌제로 나온다는데 이번 시리즈가 14부작으로 끝난다. 다음 시리즈에는 두 번째 전 남자 친구인 떡볶이집 아들 완벽남 바비와의 연애 이야기와 유미의 완결남인 순록이와의 결혼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다.


내 안의 많은 세포들이 외치는 '나는 네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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