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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키 Dec 14. 2021

고등어

고등어 같은 사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 루시드 폴의 <고등어> 노래 -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동적인 자세의 가사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를 원하고 바라봐주고 선택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란 환상을 갖게 하는 가사이다. 뜬금없지만 이런 환상은 연예인 유지태와 김효진이 결혼하게 된 계기(김효진이 뉴욕으로 유학가 있는 동안 뉴욕 오면 만나주겠단 김효진 말에 유지태가 바로 티켓을 끊었다는 얘기), 어떤 지인의 부모님이 결혼 전에 여자가 유학 갈 수도 있단 말에 본인도 같이 가겠다는 의사를 비행기표로 보여줬다는 일화,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에릭이 sns에 자기의 동태를 올렸는데 그걸 본 정유미가 에릭과의 재회를 위해 우연인척 찾아간 에피소드 등. 나도 뉴욕, 영국이든 부산이든 sns에 어디에 있다는 걸 올려서 운명의 상대가 날 보러 와 주면 좋겠다 라는 쓸데없는 환상을 아직까지도 갖게 한다. 전 언제쯤 현실을 알까요.


'고등어'는 내가 가장 약했던 그리고 빛나던 시절에

기분이 가라앉을 때 위로받던 잔잔하고 간지러운 루시드 폴의 노래이다. 루시드 폴은 현재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귤 농장을 하고 있다는데 언제 제주도 가면 루시드 폴의 유기농 무농약 귤을 먹어보고 싶다. 똑똑한 사람이 하는 거라 왠지 더 맛있을 것만 같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먹보와 털보'라는 비와 노홍철이 나와서 국내를 돌아다니며 먹방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재밌게 보고 있다. 먹는 것에 진심인 비가 맛집 리스트를 알려주는데 그걸 보면서 나도 떠나고 싶단 생각을 했다. 성격이 다르지만 친한 둘을 보니 나도 예전에 친한 언니와 당일치기로 춘천을 갔던 기억이 난다. 서로 언제 가자 표만 끊어놓고 계획을 전혀 하지 않고 무작정 ktx에 몸을 실었다. 당시 각자 만나고 있던 친구들의 계획에만 익숙하고 수동적이었던 우리는 닭갈비도 유명한 맛집이 아닌 역 바로 앞에 있는 닭갈비집에서 배를 채우고, 가는 동안 버스를 잘못 타기도 하고 히치하이킹처럼 어떤 중년 부부의 차를 얻어 타기도 했다. 그때 차 안에서 교회 전도를 받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하게 생전 모르는 남의 차를 얻어 탄 거라 아찔하고 웃음이 나오는 기억이다.

비와 노홍철처럼 소중하고 가까운 친구와 여행을 가고 싶지만 또 혼자만의 여행을 훠이훠이 떠나보고도 싶다. 혼자 ktx 타는 일은 출장 갈 때와 지방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갈 때뿐이다. 혼자만의 여행으론 군산과 제주가 내 마음속의 리스트인데 군산은 내륙인데도 쉽사리 표 끊을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언젠간 꼭 갈 것이다. 잠정적인 퇴사를 앞두고 겨울 휴가를 1월에 갈지 2월에 갈지 모르지만 제주도를 2박 3일 정도 가고 싶다. 봄에 가야 따뜻하고 유채꽃도 구경할 수 있고 또 1, 2월에 제주도를 갔던 경험이 있어 무척 춥겠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까. 가서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오름도 가고 꼭 가보고 싶었던 '마마롱'이란 카페도 가고 '오는 정 김밥'도 예약해서 먹어보고 '먹보와 털보'에 나오는 맛집 리스트도 가고 싶다. 

한 번쯤은 혼자 여행해서 스스로를 돌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를 보다가 김승수가 나온 편을 보게 되었다. 그는 워커홀릭으로 늘 쉬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시간이 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마음속에 긴장과 불안을 갖고 있는 상태로 좋아하는 일을 해도 무미건조하게 느낀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2주 지속되면 정신건강의학적으로 '기분부전 증상'이라고 한다. 이런 증상은 몸에서 보내는 신호라며 휴식이 필요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라는 일종의 알람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불안이 섭섭함이라는 감정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다 보면 내 안의 감정이 모두 소진되어 자연스레 번아웃이 찾아오기도 한다. 

부모님이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서 그다음 과정을 밟고 또 그다음 과정. 생각해보면 내 인생 쉬었던 적은 석사를 수료하고 졸업하기까지의 약 1년 정도? 의 기간뿐이다. 그때에도 쉰다기보다 일하며 (적은) 돈을 벌었지만 논문 쓰기 싫어 미루고 미루었다. 

나를 책임져주고 내가 책임져야 할 순간이 오기 전에 그리고 바닥난 에너지를 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콧바람 쐬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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