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자이너의 다이어리 #2
브랜드 디자이너의 다이어리 #2
오늘은 디자인 보고와 그에 따른 수정 등에 힘들어하는 우리 회사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꿀팁을 주고자 글을 남겨본다.
회사마다 각자의 보고 체계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팀장 - 본부장(등 임원) - 대표' 정도의 체계가 기본이라고 볼 때 디자인 컨펌을 위해서는 적어도 3개의 산은 넘어야 한다. 업무 범위에 따라 축소될 수도 추가될 수도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의 갯수가 적어지거나 많아진다고 쉽고 힘듬이 결정되는 건 아니라서 디자인 컨펌 과정은 항상 힘들다. (넘어야 할 산이 깐깐하면 헬게이트가 열리는 거다...)
라떼는 말이야~는 아니지만 예전 에피소드 하나를 공유하자면,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에 '팀장' 라인까지는 직접 보고 했어도 '임원 - 대표' 보고 라인에는 들어가지도 못해서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듣는 게 힘들었고 아무래도 '팀장'을 통해 전달받다 보니 팀장의 의견이 들어가거나 이해도에 따라 다른 피드백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은 봤을 공감 유머 중에 '_최종.psd / _최종(수정) / _최최종 / _찐최종' 등 디자인 최종본이 나오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보여주는 짤이 있다. 이건 약간 디자이너의 숙명(?) 같은 거라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씩은 있을 테고 때문에 많은 공감을 이뤄내며 다들 웃고 넘어간다. 그런데 사실 이 유머는 디자인 업계 현황을 비꼬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디자인을 잘 모르는 클라이언트나 직장 상사가 계속해서 (무리하게) 수정을 요구한 근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이런 경험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관련하여 꿀팁이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아마 다들 디자인 컨펌 방식은 비슷할 것이다. 시안 2~3개를 (혹은 더 많이) 가져가서 그중 하나로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음~ 1번과 3번 시안을 적절히 섞은 시안을 볼 수 있을까요~?"
"1번 시안이 좋긴 한데 이것보다 좀 더 심플하면서 트렌디하게 (응?) 수정할 수 있을까요?^^”
“(자신이 아는 예시들 언급하며...) 이건 이런 느낌으로 변경했으면 좋겠어요!”
등의 피드백을 받으며 한 번만에 결정되는 경우를 못 봤다. 이렇게 한 2~3번 흘러가다가 (많게는 막 5~6번까지도...) 겨우겨우 최종본이 결정됐는데 갑자기 또 수정사항이 발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서론이 좀 길었는데 앞서 언급한 체계와 이런 방식 안에서의 나의 노하우, 컨펌 관련 꿀팁인 '시안빼기'를 공유해 본다. (#밑장빼기_아님)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안빼기'는 쉽게 생각해서 스무고개를 생각하면 된다. 시안 2~3개를 가져가서 그중 '하나'가 결정되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그중 '제일 아닌 거 하나'를 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컨셉이 다른 몇 가지 시안을 가져가서 확실히 아닌 시안들을 빼다 보면 대충 상대가 원하는 방향이 그려진다. 그리고, 실제로 빼는 과정 자체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게, 시안을 결정할 때는 그걸 왜 결정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지 못하는 반면 뺄 때는 왜 빼는지에 대해 듣는(눈치채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방향을 좁혀 놓으면 참고할 레퍼런스를 찾는 수고도 덜하고 다음 시안 제작/수정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넘어야 할 산들이 퇴사를 하지 않는 한 계속 같은 사람들일 텐데 빼기를 통해 취향이나 성향 등을 파악해 놓으면 다음 컨펌 과정도 점점 수월해진다.
사실 컨펌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여러 개의 시안 중에 한 가지를 결정하는 건 부담이 많이 된다. 또한, 다양한 선택지들을 모두 확인하고 나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안빼기' 방식은 컨펌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고 나중에 “아~ 제일 처음 시안이 가장 좋았던 거 같네요~”라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도 낮아지니 다들 밑장빼기 아니 시안빼기를 해보고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