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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에는 물이 끓어요

시 하나

by 흰여우

나 더워요 칭얼대던 세상의 아기들에

어둠이 내린 여름밤은 보채지 말라 어르면서

시원한 산들바람 조각하나 물어다 주고요


자상한 선물을 입에 물은 소년들은

태양이 부리는 심술 아래에서

슬며시 불어올 가을을 꿈꾸었대요


그 때가 그립다는 청년들은 마천루의 그늘 아래

옹송그려 끓여낸 물 한 컵 들고

여름밤 중간에서 겨울을 바랐대요


여름 다음에 가을 아니야

겨울이 맞다고 와글와글 부르는 노래

여름의 밤하늘은 그만 맘이 상했대요


여름의 밤에는 그래서 물이 끓고

세상의 아기들은 나 더워요 칭얼칭얼

소년들은 어디 가고, 도시에 옹송그린 청년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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