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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시 하나

by 흰여우

두어 시간 이어진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나그네 같이 찾아오는 약한 편두통 한 조각

그렇게 달가운 손님은 아니에요


추를 매단 채 물에 빠진 사람

수면睡眠아래로 가라앉던 두 시간 전의 내가

조금이지만 미워지는걸


아까운 오늘은 성실하게도 흘러가고

거기서 없어진 한 낮의 두 시간은

솔직히 좀 아깝잖아


진심을 두 스푼 털어 넣은 투덜거림은

들어줄 이 없는 방 안에서

산산이 부서져 없어지는데


낮잠이 차라리 다른 걸 좀 가져다주었으면

예를 들어, 톡톡 튀는 활력 같은 거

쌉싸름하고 묵직한 에스프레소 같은 거


그런 걸 좀 가져다주었으면

이 따끔하게 부서지는 불평조각들이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을까


내리 감기는 눈을 붙들고

절반으로 쪼개진 하루를 이어 붙이러 가는 일은

불평, 불평, 불평 할 만 하다고 생각하고파


그렇다고 날 자꾸 찌르진 말아줄래

따끔따끔한 불편 조각들을 헤집고 나가다보면

그냥, 다시 잠들고 싶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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